빨래 II

한승석 & 정재일
앨범 : 바리abandoned
여보시오 할멈 서천 꽃밭
가는 길이 어느 쪽이오
서천 꽃밭 알기는 안다마는
갈차줘도 너는 거기 못 가니라
일러만 주오 가는 것은
내 알아서 갈 테니
거 맹랑헌 것두 다 본다
어른이 못 간다면 그런 줄 알제
꼭 가야 하니 그러지요
죽어도 나는
서천 꽃밭에 가야 돼요
죽어도 가
아이 이 놈아 죽으면 안 가고 잪어도
가는 데니라 거기가
아이 참 사람
애간장 좀 그만 태우고
빨리 가르쳐주시오
허 참 생긴 것두
고집씨구 말 안 듣게 생겼다
그려 정히 소원이먼 갈차는 주는디
참 말이오
요 빨래 다 해 주먼 갈차주마
참 세상에 공짜 없네요
고것을 인자 알었냐
자 그럼 빨래를 허되
흰 빨래는 검게 빨고
검은 빨래는 희게 빨어라이
그것을 말이라고 해요 지금
싫으면 말고
이런 오그라질 할망구
뭐 너 지금 뭐라 했냐
아 아니에요 할 게요 해요
그럼 히봐 얼른 히봐
바리가 퍼버리고 앉아
투덕투덕 빨래를 허는디
사는 일 구질구질 냄새 나고
더럽다고 울지 마라아이야
괜찮다 그럼 괜찮고 말고
살다보면 얼룩덜룩 때도
묻는 것 살아있으니
이럭저럭 때도 타는 것
아히야 나니누 나니노
나니나 나니너 나니나
빨래야 빨래도 많기도 많다
뜬 세상 홍진 속에
이리 펄럭 저리 펄럭
깃발처럼 나부끼다
사람 속에 부대끼다
후줄근히 돌아오는
이 저녁 세상의
그 모든 빨래여
때에 젖은 마음이여
오너라 드넓은 강가
호젓한 개울가 흐르는 맑은 물
내 그 앞에서 너를 기다리느니
두 팔도 두 다리도
동동 걷어 부치고서
씻어보자 아이야
묵은 때 묵은 마음
우리네 묵은 삶도
비누칠해 주물주물 빨아 보자
맑은 물에 스리슬렁 헹궈나 보자
아히야 나니누 나니노
나니나 나니너 나니나
빨래야 빨래도 많기도 많다
세상에 몸을 받아 첫 울음 우는 아이
붉은 몸에 비린 핏물
닦아내던 무명수건
젖 토한 갓난애기
배내옷 저고리 침 묻은 턱받이
똥오줌 기저귀
온 종일 뛰놀던 아이의 운동화며
커피 타다 얼룩져버린
미스 김 스커트
팀장 호통에 주눅이 들어
온종일 진땀을 질질질 흘리던
불쌍한 김대리의
목 깃이 누래진 와이셔츠
삼십삼 층 아파트
공사장에 황씨는 일당잡부
온종일 벽돌 지고
위로 아래로 오르내려
흘린 땀 소금 되어
하얗게 배인 작업복
아래층 신혼부부 기나긴 밤
얼싸 안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흘리는 땀 풋풋이
배어든 침대 시트
건넛집 훈이 녀석
간밤에 꿈꾸다 실례했구나
세계지도 노오랗게
그려놓은 이불
골목 안 쪽방에
오래 혼자 앓는 박노인
오래 같이 앓던 이불
아히야 나니누 나니노
나니너 나니나 빨래야
빨래도 많기도 많다
빨래야 빨래도 많기도 많다
빨래야 빨래도 많기도 많다
검은 옷 하얀 옷 빨간 옷
파란 옷 노란 옷 초록 옷 보라색 옷
새 옷 헌 옷 산 놈 얻은 놈
가지각색 형형색색 온갖 빨래
윗도리로 볼작시면 런닝구 부라자
블라우스 와이샤쓰 배꼽 티 폴로 티
잠바 오바 마이 조끼 넥타이 목도리
롱 코트 반 코트
원피스 투피스 쓰리피스
아랫도리로 넘어간다 빤쓰 고쟁이
속치마 겹치마 홑치마
열두 폭 주름치마
한 뼘 미니 스커트에
칠부 바지 반바지 배바지
핫 팬츠 똥싼 바지 삼베바지
솜바지 핫바지 양복바지
얼금얼금 스타킹
맵시 좋은 외씨버선 나달나달
구멍 난 양말 구두 운동화 등산화
아히야 나니누 나니노
나니나 나니너 나니나
빨래야 빨래도 끝없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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