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또 당신의
말끝마다 토를 달고
불만스런 목소리로
틱틱 거리기를 반복
점선처럼 뚝뚝뚝
끊기던 대화는 곧
끝나버리고 열어뒀던
방문을 굳게 잠궈
고요한 밤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 나만의 작은
우주에다 내 꿈이란
별들을 가득 채워가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려 했던
내 소란한 적막
나의 새카만 고독을
환히 밝히는 검은 섬광
창 밖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몹시 아름다웠지
난 그곳으로 갈래요
제발 신경 꺼요 아버지
나 여기서 이렇게
살수는 없어요 좀더 멋지게
살 거라며 뒤를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밤길을 나섰지
수풀 속에 뛰어들어
밟히고 찢겨도 일어서
세상은 나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때야 비로소
주인공이 되는 거라 믿었어
난 고통들을 이겼어
그래 나 스스로 이뤘어
내 몸에 상처는 자랑이었어
근데 책을 읽다 보면
베스트셀러 중에
반전 없는 소설은 없더라
어두컴컴한 밤이 지나 다음날
아침 다시 길을 걷던 난
내 눈으로 직접 봤고
곧바로 깨달았지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
처음부터 나보다 열 걸음
아니 백 걸음 저기 저어 만치서
정글 가시덤불을 헤치며
홀로 힘겹게 길을 걸어가시던
당신 아빠 아버지 미안해요
이젠 알죠 당신의 상처가
내 것보다 깊다는 걸
무엇을 바라고 살아온 건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내가 내 멋대로 살도록
그냥 내버려뒀잖아요
나더러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라고 그렇게만 말했잖아요
나도 모르게 왈칵 쏟아지는
이 눈물의 의밀 이젠 알아요
내가 늦지 않았기를 바라요
나보다 먼저 가지 말아요
난 참도 못나서
그 사랑이 뭔질 몰랐어
어딜 가든 당신이 항상
나를 지켜왔음을 알고 나서
세상이란 고난 속에 이 길을
이제 나 혼자서
걸어갈 수 없어 내 영원한
동행 되어주옵소서
날 다시 새롭게 해줄 사랑
날 다시 변화시켜 줄 사랑
그 사랑을 따라 그 길을 따라
그 소망을 따라가리
무엇을 바라고 살아온 건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이 자리에
나에게 다가오신
영원한 사랑의 왕
어느 인디언 부족에서는
자기 자식들 담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아이가 혼자서 숲 속에서
하룻밤을 새도록 한대
들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숲 속에서
근데 날이 밝고
아이는 발견하는 거야
아버지가 밤새도록
나무 뒤에 숨어서
이렇게 활시위를 당긴 채로
들짐승들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계셨다는 걸
두려움과 어둠 속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