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걸었지
그 흰 세상 위에
내 발자국 깊이만큼만
날 남기고 싶었지
노래를 불렀지
품고 살아왔던
따뜻하던 나의 숨결이
길 위에 쌓였지
마치 누군가
함께 부르는 것 같아
뒤돌아봤지만
하얗게 펼쳐진 세상의 백지엔
내 발자국들뿐
눈물이 흘렀지
왜인지 모르는
흩날리던 눈꽃 중 하나
볼에 앉은 듯이
혹시 누군가
내 젖은 맘을 볼까봐
훑어 내리려 할 때
눈물을 어루는 찬바람
따뜻해 그대로 두었지
결국 되돌아 그 길을
다시 걸을 때 눈 밟는 소리에
마치 누군가 함께
걷는단 생각에 고개를 들었지
하얗게 펼쳐진 흐릿한 세상엔
내 발자국들뿐
나를 향해 묵묵히 걷던
그 흔적들 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