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 골목에 자주 가던
술집이 또 하나 문을 닫았구나
스무 살 우리가 떠들던 그 거리를
낯선 간판들이 채우는구나
설렘이 가득한 이른 봄의 왕십리
술에 취한 대학 새내기들
풋풋한 그들 사이 어른이 된
내 모습 어쩐지 서글퍼지는구나
우리의 젊음이 부럽다던 선배들
그들도 그땐 스물 한 두 살
어느덧 하나 둘 시집 장가 간다고
청첩장을 보내오는구나
지금 되돌아보면 별 것도 아닌
일들 그땐 왜 그리 심각했는지
숱하게 마주치던 만남과 이별 앞에
일일이 눈물을 흘렸네
똑같은 야구잠바 입은 저네들도
그때의 우리가 그랬듯이
아무런 겁 없이 사랑을 하겠지
이별에 눈물 흘리겠지
졸업한 선배들 말끔한 양복 입고
가끔 술 사주러 올때면
왜 그리 외로운 한숨을 쉬었는지
이제야 나도 알겠구나
내가 그들 나이가 됐구나
저들도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