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집 날아라, 에코맨 - 에어컨 사러간다

이렇게 꿈속에서
열심히 에코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백수
한편 백수의
가장 친한 친구 천수
야 백수야
야 임마 일어나
너 여기서 창문 닫고
방문 닫고 이러고 자면은
쪄죽어
그 말에 깜짝 놀래
잠에서 깬 백수가
벌떡 일어나서 한다는 말이
에어컨 사러 가겠다고
생 지랄방정을 떨어 보는디
내 이대로는 못 살겄다
에어컨 사러 가리라
아이고 이 자식아
개발에 편자에
개발에 버선짝이 따로없다
보증금 300
월 12만원 옥탑방에
에어컨이 웬말이냐
너 돈은 있고 하는 소리냐
돈 소리에 눈을 크게 뜨고
주머니 털고
지갑 털고
돼지 저금통 배를 가르고
책장 밑에 굴러 들어간
동전까지 싹싹 긁어내어
십원 백원 오십원 오백원
세어보니 16570원
아이고 이놈아
그 돈으로는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도 못 사겄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빚을 내서
12개월 할부로라도 살거야
에어컨 없이는 나 죽겄다
아이구 이놈아
니가 자면서 뭐라고 그러더라
에코맨 개코맨 하면서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
습파 습파 습파
하늘을 날아다니고
지랄발광을 하던 놈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에어컨을 사겠다고
나 혼자 에어컨 안산다고
죽어가는 지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겄냐
암만 그래도 나 죽을 때까지는
앞으로 한 50년은 지구가
버텨줄 거야
나는 에어컨 사러 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에어컨 가게 눈 안에 들어온다
기쁜 마음에 사정없이 달려
에어컨 가게 문 앞에 서서
끼이이이익
이게 뭐여
스티커에 그려져 있는
북극곰 한 마리가
나를 보고 씩 웃으며
어헝 너 곰순이
어헝 으악 어헝 으악
어헝 으악 에코맨 으악
에어컨 사려고 으악
꿈인지 생시인지
부끄럽고 무서워서
집으로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오른다리 따라
왼다리 쫓아가고
왼다리 뒤질세라
오른다리 뛰어가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나오기가 무섭게 증발하며
집에 도착해서는
아우 정말
꿈 한 번 제대로 꿨다
그래 뭐 내 신세에
무슨 에어컨이냐
그래 더위야
나랑 한판 싸우자
물 한 빠께스 퍼다가
뜨거운 옥상 바닥에
뿌려 봐도 덥고
아우 더워
아이스팩 가랑이에
끼워놔도 덥고
아우 더워
얼려 놓은 젖은 수건
얼굴 닦고 다리 닦고
팔도 닦고 겨도 닦고
빤스 내려 아랫도리
열심히 닦고 있을 적에
아까 봤던 그 아줌마
다시 한 번 빤스보고
꺄 이 변태 놈아
후다다닥 정신없이
방안으로 들어가서
창문 닫고 방문 닫고
쪼그리고 앉았는디
며칠 동안 못 잤었던
졸음이 또 다시 몰려온다
이리해도 저리해도
요리해도 조리해도
그리해도 고리해도
지랄방정 다 떨어도
죽겄구나
헉 헉 더워 아
더워 아 더워 아 이거 어떡하지
헉 헉 죽겄다 더워서

에어컨 사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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