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또야 사랑 참 부질없구나
네 눈물 알아 주는 이는 없구나
변사또야 춘향인 그만 잊거라
세월가도 변함없는
네가 참 가엽구나
남원의 한 마을 제일 가는 미녀
성춘향 이몽룡이라는 자와
사랑을 나눴으나
그는 과거시험을
준비하러 떠날 수밖에 없었고
둘은 가슴 아픈
생이별에 울었더라
그리고 그 춘향이를 애틋하게
바라봤던 이름은 학도 성은 변
잘나가는 마을의 사또
예전부터 그녀를 짝사랑했던
학도는 하루에
꼭 한 번은 찾아가서
추파를 던졌더라 말을 타고
비단과 보석 가득 안고
그녈 만나러 갔으나 그녀는 쉽게
맘을 안 꺼내 놓고 튕겨
다른 방법을 찾아
그녀를 초대 집을 한 번
구경시키고나니
며칠 뒤 말을 바꿔 그 품에 안겨
바람둥이로 소문난 이방의
코치를 받고 사랑을 얻은 학도는
그에게 상금을 내렸지
학도는 자기 진심을 알아줬다고
믿었고 춘향이는 새옷과
장신구를 끼며 행복했지
변사또야 사랑 참 부질없구나
네 눈물 알아 주는 이는 없구나
변사또야 춘향인 그만 잊거라
세월가도 변함 없는
네가 참 가엽구나
신상 꽃신 비단 저고리 명나라
산으로 다 사 드린 춘향이는
흐뭇했지 구름 대신 변학도의
등골을 타고 하늘 높이높이
날아오르곤 했지
변학도는 그녀의 곁에서
노니는 것만으로도 종일을
행복에 겨워 넘치는 표정으로
가득했지
이몽룡이를 남원땅에서 다시
마주하기 전까지는 한양으로
떠났던 이몽룡이
장원급제 해 돌아왔단
소식을 듣게 된 춘향이는
미소를 금새에 눈물로 바꿔
출세해 돌아온 몽룡의 곁으로
학도는 내버려 둔 채에
몽룡의 급제조차도 모르는
학돈 잠시 찬거릴 사러 장터에
다녀온다던 그녈 기다리던 중
대문 밖 인기척에 나가보니
몽둥이를 든 왠 사내 무리들 뿐
변사또야 사랑 참 부질없구나
네 눈물 알아 주는 이는 없구나
변사또야 춘향인 그만 잊거라
세월가도 변함없는
네가 참 가엽구나
갑작스럽게 맞닥뜨려 당황스런
학도는 대꾸할 틈도 없이 손이
묶여 맨땅에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려
벌벌 떨며 바짝 긴장한 채 숨죽여
암행어사 출두요
떡 하니 뒷짐을 진
몽룡이가 침을 튀며 저 놈을 쳐라
외쳤다 춘향이는 눈치를 보며
슬쩍 몽룡이 옆으로 가서는
이내 쥐똥만한 눈물을 쥐어짜
억지로 수청을 들어
갇혀있었으나
오직 서방님 뿐이라며
거짓을 고해
먼지로 덮혀 맞고 있는 학도는
순간 춘향일 봤으나
그녀는 딱 잘라 그를 외면해
비단옷 온갖 보석
또 꽃신하고 장신구 학도가
사준 것들을 신이 나서 몽룡에게
자랑을 하고 있는 춘향일
하염없이 바라보던
학도의 눈에선
눈물이 났어 계속된 매질에
정신 못 차리던 학돈
애석해하며 고개를 숙였고 이내
쓰러져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행복해 하며 걸어가는
두 남녀의 뒷모습
할 말을 잃은 학도는 마냥 울었다
매질이 아파 우는게
아니라 더 슬펐다
제 사랑을 즈려밟고 간 춘향인데
그 뒷모습은 학도 눈엔
계속 아름다웠다
변사또야 사랑 참 부질없구나
네 눈물 알아 주는 이는 없구나
변사또야 춘향인 그만 잊거라
세월가도 변함없는
네가 참 가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