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널 때면
이 강을 처음 봤던 그때로
나를 데려가
왜 그런 거 있잖아
어쩔 수 없이 체념하는 것 들
강남대로 앞 북적이는
거리의 간판들을 봐
모두가 빛나고 있는
여기에 어두운 걸음
고개를 숙이는 나에겐
모두 필요 없거든
이어폰을 벗으며 동시에 들리는
노래가 살짝은 거슬려
행복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겉 돌았던 이런 나를 너에게
어떻게든 맞추려고 긍정적인 척
몇 달을 살아왔지만
또 어김없이 옛날로 돌아왔지
다시 이어폰 에서는 슬픔을 떠들어
그래 이 모습이 내게는 더욱 어울려
뭉쳐있는 인파 속 겨울 나 탄
광역버스 맨 뒤에 왼쪽창가
구경꾼이 된 뒤에 밖을 바라봐
히터가 틀어진 여기는 따듯하지만
유리벽 밖은 아직 얼어 붙었나 봐
희뿌연 무언가가 자꾸 달라붙어 난
손가락으로 뭐라 그림을 그리다
이내 생각이 들어 깨끗히 지워놔
그림에 니가 어렴풋이 니가 보였거든
속마음을 들키면 죄가 되어버리는
어른이 되어버렸어 나도 결국
아무리 지워봐도 남아있는
얼룩은 창문에만이 아니라
가슴 안에도 무심코 물어뜯은
손톱 끝에도 남아있어
닦아낼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건드릴 수나 있을까
이건 슬픔일까 단지 눈물일까 아님
지나간 사랑이 남긴 얼룩일까
흩어버린 마음을 지워버린다
너에게 나는 그저 그런 것 뿐일까
이건 얼룩일까 아님
니가 남겨두고 떠난 상처일까
내가 널 지울 수 있을까
내가 널 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