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흰 국화 한 송이를
가슴에 품고
천천히 걸어가는 길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길을 걸으면 까닭 없이
한숨이 나사진 속
넌 변함없이 환하게 웃고
검은 선글라스 뒤
내 눈은 울고 있다
신발도 없이 처음 가는 길
여윈 발로 넌 눈 길을 걷고 있을까
꽃 길을 걷고 있나
이쪽은 숲 저쪽은 늪
막막한 사일 바라보네
마음 속에 널 가두고
이제 그 조그만 열쇠마저
잃어버린 나
내겐 돌봐야 할 꽃이 있어
울음을 삼켜 눈물을
창자 쪽으로 향해 흘리네
남은 내게 해 놓은 일
알기나 하나요
난 센 게 필요해
지독한 게 필요해
이젠 그 어디에도 없네
센 게 필요해 지독한 게 필요해
이젠 그 어디에도 없는
네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