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두 손을
말없이 흐르는 냇물에 씻고
차가운 바람에
더운 머리를 식힌다
어느새 시간은
저만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길을 잃은 마음은
너무나 자유로운 걸
지난 밤 꿈 속에
흐르는 세월을 잠시 거슬러
순수했던 시절의
너를 다시 만났고
잠에서 깨어나
길 위에서 나를 발견하면
문득 실감나는 외로움에
옷깃을 여미고 걷는다
흙에서 태어나
다시 흙으로 돌아가겠지
그보다는 물이 되어
바다에로 가고파
심연의 그 곳은
그 옛날 그녀 자궁 속처럼
고요하고 부드러이
나를 안아줄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