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과 살아온 날의 길이를
재어보는무의식이 점점 많아졌음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란 가슴에
서렁한 바람이 분다
바람이여 아지랑이와 함게 간
유년의 들판에 단지 꽃향기로 머문
미풍은 어디로 갔나
저녁무렵 뒷동산에 올라
민들레 씨앗과 함게
흐트러지게 날려 보낸 내 깃발이
날개 짖던 몸짖은 어디에서 찾나
왔어면서도 오지 못한 그날이
오지 못하면서도 이미 곁에 와
앉은 내일이 자꾸만 제말만 듣기를
재촉하는 이 저녁 바람은 모든것을
한거번에 날려 버릴 무게조차 싣지 못한 체로 이리저리
내 서른 무렵 머리칼만 붙들고
어지럽히는데 바람따라 휘청이는것은
다만 살아온 날의무게가 얕아서만은 아니라
언제고 부덩켜 안고 가야할
내일의 두려움을 날려 버리려
그렇게 바름은 부는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