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임 (Feat. 지혜)

이요
앨범 : The Tracks
어느 날이던가
집을 나서던 길에
담벽 아래 웅크리고 있는
작은 한 마리의
강아지를 보았더랬어
집 앞 뜰에선
개미들이 줄을 지어
뭔가를 나르는 때는
바야흐로 따사로운
오월의 봄날
하지만 녀석은
뭔가에 겁나 있는 것처럼
계절에 맞지 않게 떨고 있어
이봐 대체 네 어미는
어디 있어
너는 어찌해서
이런 곳에서 홀로
가여운 몰골로
그늘 속에 숨어있어
어딘가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며 끌어 내어도 내가 준
먹이는 먹질 않는
녀석에게 난 차마
발을 떼지 못해
끝내 집으로 데려가
목욕을 시켰네
잔뜩 궁시렁대면서
하지만 때는 늦었어
녀석은 이미 충분히 젖었어
내 기다림이
즐거울 수 있는 건
그대가 올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그대를
기다려 나 여기서
강아지를 말리며
나는 생각에 잠겨
분명한 건 내겐
별다른 여유가 없어
이놈을 기를
뾰족한 방법이 없는 걸
녀석은 어느덧
기력을 찾아 갔지만
머지않아 다시
길거리로 가겠지
그렇다면 애시당초
녀석을 데려오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몰라
첨부터 곤란한 상황은
미리 골라
피하는게 좋을지도 모르지
떠오르지
않는 해결책은
부담일 뿐이니까
어린 왕자가
붉은 여우를 만났을 때는
이런 고민은 없었나 다만
기다림이
즐거움일 수 있는 것은
올 거란 확신이
있을 때 뿐인 것을
무책임해도
지금 내겐 이게 전부야
강아지야 잘가
좋은 주인을 만나
내 기다림이
즐거울 수 있는 건
그대가 올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그대를
기다려 나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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