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좌 맹인이 눈 뜨는데

김수연
(아니리)
심봉사가 눈을 뜨고 보니 세상이 모두 해작해작 허구나 심봉사 눈 뜬 바람에 만좌 맹인이 일시에 모두 눈을 뜨는디 눈 뜨는 데도 장단이 있던가 보더라
(자진모리)
만좌 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띠는 소리라 짝짝짝 허드니 마는 모다 눈을 떠 버린난디 석 달 안에 큰 잔치에 먼저 와서 참례하고 내려가든 봉사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 당도 못한 맹인중로에서 눈을 뜨고 천하 맹인이 일시에 눈을 뜨는디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울다 웃다 뜨고 화내다 뜨고 떠보느라고 뜨고 앉어 뜨고 서서 뜨고 무단히 뜨고 실없이 뜨고 어이없이 뜨고 졸다 번 듯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가 눈을 비벼 보다가 뜨고 지어비금주수라도 눈 먼 짐승도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
(아니리)
심봉사가 그제야 정신차려 딸을 자세히 살펴보니 칠보 금관 황홀허여 딸이라니 딸인 줄만 알지 전후불견초면이로구나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 마는
(중모리)
올채 인제 알것구나 내가 분명 알것구나 갑자사월 초파일야 꿈 속으로 보던 얼굴 분명헌 내 딸이라 죽은 딸을 다시 보니 인도환생을 허였는가 내가 죽어 따라왔나 이것이 꿈이냐 이것 생신가 꿈과 생시 분별을 못 허것네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좋을씨구 어제까지도 맹인이 되어 지팽이를 집고 나서면 어데로 갈 줄 아느냐 올 줄을 아느냐 오날부터는 새 세상이 되었으니 지팽이 너도 고생 많이 허였다 피루루루루루 내던지고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자자자 좋을씨구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어둡던 눈을 뜨고 보니 황성 궁궐이 웬일이며 궁 안을 바라보니 창해 만리 먼 먼길 인당수 죽은 몸이 환세상 황후되어 천천만만 뜻밖이라 얼씨구나 절씨구 어둠침침 빈 방안에 불킨 듯이 반갑고 산양수 큰 싸움에 좌룡 본 듯이 반갑네 흥진비래 고진감래 날로 두고 이름이라 여러 봉사들도 좋아라고 춤을 추며 노닌다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태고적 시절이래로 봉사 눈 떳단 말 처음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일월이 밝아 중복허니 요순천지가 되었네 송천자 폐하도 만만세심 황후 폐하도 만만세 천천 만만세 태평으로만 누리소서 얼씨구 절씨구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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