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 도는 내력

이홍렬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땅 언덕위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밭에 나가 길삼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새들이 우는 속을 알아 보련다

서울이 좋다지만 나는야 싫어 흐르는 시냇가에 다리를 놓고
고향을 잃은 길손 건너게 하며 봄이면 버들피리 꺾어 불면서
물방아 도는 내력 알아 보련다

사람도 싫다마는 황금도 싫어 새파란 산기슭에 달이 뜨며는
바위 밑 토끼들과 이야기하고 마을에 등잔불을 바라보면서
뻐꾹새 우는 속을 알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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