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독백 - 조철우

Various Artists
앨범 : 이숙영 時 그리고 樂 CD2 낭만
가을 독백 조철우
이제 사랑할 수 없을까
너에게 가르칠 것이라고는 교활함 밖에
남지 않았다고 바람 세는 소리로 세상이 내게 말할 때
문득 성장을 멈추고 잎 앞에 옷을벗는 가을 나무와
실 구름마져 날려보내며 투명해지는 알몸에 가을 하늘을 바라본다
이제 사랑할 수 없을까
고통의 동심원 속에서 오늘도 몸가벼운 사람들이 시들어 가고
그 원의 바깥에서 사람들은 안타까워 잠못이루고 슬퍼하고 그러다가도
작은 행복에 겨워하고 그 사이로 길이 있고
절망과 희망의 길 위에서 나의 상처는 깊어라
상처는 부끄러움이라 말하지만 실은 은밀한 자랑이기도 해
안직 세상은 깊숙히 받아들이지는 못해
그건 가을밤 풀벌레가 비벼대는 매마른 절망같기도 해
내가 사랑한건 언제나 네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나였어
내가 세상을 용서할 수 없듯이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어
이제 너에게 가르칠 것이라곤 교활함 밖에 남지 않았다고
낮은 목소리로 세상이 내게 말할 때
모두 잠들어 깨지 않는 새벽
어둠에서 빛으로 이어지는 딱히 구분못할 경계선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하늘과 구름
그리고 거부할 수 없이 휩싸여 드는 줄기줄기에 빗살을 바라본다
그날 밤 비가 내렸고 술을 마시고 벤치에서 난 울었어
가로등 아래로 부서져 내리는 빗줄기를 얼굴로 받으면서 내리는
빗줄기 속에 땀땀히 떠오르는 일천 일만 미륵의 미소를 보며
너를 사랑한다고 어깨로만 울었어
고통이란 이름으로 세상을 살다간 한 소설가를 난 기억해
그리고 내게도 가끔 그처럼 가슴에 고이는 믿음이 있어
여들해의 고뿔 심혈의 이마위를 점점 디디고간 빗방울에
선득선득 함으로 새벽녘 잠결에 흘러와 취한 마음을 디디고
기억의 저편 오랜 노래의 뭉클함으로 냉결액처럼 방울방울
가슴에 고이는 인간의 믿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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