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탄이다
어 아버지 왜 또 이러세요
탄이 아이가
쟤 신문배달 하네
누구냐
저요 탄이요
아니 너 이놈 누가
신문배달 하랬어
나보다 어린애들도
잘 한단 말예요
내가 왜 못해요
아버지 그러지 마시고
집으로 가세요 네
오늘 엄마가 검둥이도
잡아 놓으신 댔어요
그건 또 왜
아버지 잡수시라고요
제가 그러자고 했어요
쓸데 없는 짓들은
저 신문마저 돌려야 돼요
얼른 돌리고 술 받아
가지고 갈게요
오늘 월급날이에요
목발 잘 짚으시고
조심해서 가 계세요
금방 갈게요 신문요 신문요
애가 되얏구만
허허 그 자슥 그거
아 하나는 잘 키아놨네
순이야 늦었다 빨리 가자
오늘 아빠 일찍 오신 댔어
응 그래 우리는 오늘 연탄
들여온 댔어 빨리 가자
울 아빠 집에 오실 때
까맣게 화장하고 오셔
우리들이 달려가 장난말로
아빠 얼굴 예쁘네요
암 예쁘다 마다 하하하
검은 옷 검은 손 검은 얼굴
검은 대답 우리 엄마는
더운 물 데워놓고
아빠 기다리시죠
아빠
응
탄이 정말로 중학교 못 가요
누가 그래
탄이 아버지 가요
그럼 쓰나 아빠가 오늘
탄이 아버지 보상금도 타오고
일자리도 새로 마련해
놨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탄이 아버지 다시는 굴속에
안 들어가신 댔어요
굴속에 들어가는 일이
아니고 굴 밖에서
갱목을 자르는 일이지
그 일이라도 하셨음 좋겠는데
까만 집 까만 길
까만 물 까만 산
온통 새까만 탄광 마을에
우리들은 살아요
연이야
네
아빠 씻고 나서 탄이네 집에
저녁 먹으러 갈 텐데
같이 가지 않을래
어떻게 가요
탄이 어머니가 오늘 흑염소
잡는다고 다들 오라고 그랬어요
에이 그래도 남자애네 집인데요
그럼 내가 갈래
쪼그만게 어딜 따라가
난 남자잖아
요럴때만
허허 요녀석들
술을 많이 드시고 오면
다리 주물러 달라시며
연이야 우리 이담에 사과 밭에
사과 밭에 예쁜 집 짓고 살자
예쁜 집 짓고 살자
자꾸 자꾸 말하셔요
아빠가 약속할게
까만 집 까만 길
까만 물 까만 산
온통 새까만 탄광 마을에
우리들은 살아요
저녁 먹으러 아빠랑
탄이네 집에 갔다
순이 어머니랑
순이도 와 있었다
흑염소탕을 했다고
큰 잔치를 벌인 것이다
순이 할머니는 오늘
연탄 들여 온 것 혼자서
다 나르시고 허리가
아파서 못 오셨다
아빠가 탄이 아버지
보상금 드리고 잘 말씀하셔서
탄이 아버지가 다시
탄광에 나가시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그럼 탄이
중학교 보내 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