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정형근
그때는 착해서 못난 식구들과
이웃들이 괜히 미웠습니다
마을의 돼지 우리와 외양간
닭장의 똥냄새가
죽도록 싫었습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던 눈보라에
겨울에 들판을 보면서
나는 다짐하곤 했습니다
보리가 파릇파릇 올라올때면
언젠가는 저 산을 넘어
넓은 세상으로 가리라
그리고 먼 훗날 돈 많이 벌어
돌아오리라
<간주중>
빌딩 사이로 해가 질때
서풍이 불면 다시 다짐하곤 합니다
언젠가 그 산을 넘어
메밀꽃 하얗게 뿌려진
들판으로 가리라
그곳으로 돌아가 나는
빈털털이라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마음으로
어머니 앞에 서리라
착해서 미웠던 사람들과
고향의 두엄냄새가
상처받은 마음 모욕받은 세월을
말끔히 닦아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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