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나에게 없었습니다

고재근
당신께 다다르는 그 좁은 길에
바람이 불어오고 어둠이 내립니다
그 많은 아픔만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안개속의 미로를 걸어가고 있으련만
안개속 뒷편에도 당신은 없습니다

바람처럼 다가와 환상으로 사라지는
희미한 그 영상을 잡으려 하지만
여린 두 손만이 떨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랑은 형벌입니다
아픔만을 전하는 형벌 같은 사랑앞에
죄악으로 오염된 흐려진 내 영혼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내려 놓습니다

당신은 내 곁을 맴돌고 있었지만
무수히 저지른 죄악의 내 마음은
당신과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내 가슴에 자리해 있었지만
당신은 이미 나에게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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