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

거미, 육성재
떠난다고 그래서 떠나라고 말했어
사랑하다 한번쯤 하는 말이라서
올 거라고 다 안다고
거울에 비친 나를 달래고
벌써 손가락 열 개를 다 접고
애써 하루를 또 세어도
보이지 않아 아직도
내 사랑 하나 못 찾고
더듬거리는 손으로 네 사진을 찾다가
자꾸 멀어버리는
내 눈은 한참 눈물 쏟아내고
내 맘은 지독한 멍이 생기고
잊으라고 그래서 안 된다고 말했어
살아가다 한번쯤 만날 것 같아서
나 운다고 아프다고
어느새 지친 소릴 내보고
네가 걸어오던 길에서 멈춰서
안아주던 곳에서
난 눈물을 닦아 봐도
보이지 않아 아직도
내 사랑 하나 못 찾고
더듬거리는 떨린 손으로
네 사진을 찾다가
그 사진을 보다가
자꾸 멀어버리는 내 눈은
한참 눈물 쏟아내고
내 맘은 지독한 멍이 생기고
사랑에 부딪혀 헐어 버리고
네가 깊게 새긴
네가 깊게 새긴
네가 소리 없이 남긴
네가 소리 없이 남긴
너란 상처들로 덮인 나를
불쌍하다고 느낀다면
다시 날 사랑할까
보이지 않아 아직도
내 사랑 하나 못 찾고
더듬거리는 손으로 네 사진을 찾다가
자꾸 멀어버리는 내 눈은
한참 눈물 쏟아내고
돌아올 널 위해
내가 같아야만 하는데
아무리해도 하나도 기억할 수 없나봐
너를 기억할 수 없나봐
사랑한다는 말도 들었던
웃는 내 모습을 찾고
돌아올 널 위해
내가 같아야만 하는데
조금도 조금도
기억이 기억이 나지를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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