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굴

Kisnue
좀 궁금해
슬쩍 고개를
내밀었더니
어느새 내 등뒤에
서서 날 떠 밀었지

Down the rabbit hole we go
Tumbling down we go

눈을 떠보니
날 에워싼 건
악에 받친
너희 눈이었고
아무 설명조차
할 수 없었던
난 묶인 채
너흴 따라갔어

"말해, 누굴 해치려
여기 온 거냐"
"아니 저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손 끝으로
파랗게 비친
빛을 만지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밖으로 나섰어

새벽 총소리같이 울리는
낯선 발자국 소리에
더 빠르게 뛰어야 해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아
숨을 크게 몰아 쉬었어
더 빠르게 뛰어야 해

도망쳐야 해
더 뛰어야 해
발을 옮겨야 해
더 멀리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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