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

임병은 [밤하늘의 트럼펫]
- 삶의 향기를 위하여 -

누구든 언제인가는 죽게 될 그 날이 내일이라고 생각하여 보면 ....... 삶의 진솔한 향기가 자연히 피어날까? 아님 내일 죽을 터이니 오늘 먹고 마시고 즐기자 이럴까? 임종의 순간을 앞에 두고는 다들 착해 진다고 하든데……. 적어도 다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산다면 후회 없이 살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데…….

21세기에 들어선 우리 또한 항상 불투명한 내일 앞에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지 않은가? 나 또한 91년 산업 재해로 인한 교통사고 후, 지금까지 내 생의 절반을 넘기며 살아온 것에 비추어 앞으로 얼마만큼 더 살수 있을지를 헤아려 보면 내가 살아온 마흔 두 해도 쏜살같을 진데 …….

누구든 자신의 남은 삶의 길이를 살아온 날과 비교하여 되짚어 생각해 보길 바라며 ……. 우리는 후유증으로 얻은 장애와 지병으로 인하여 예측 할 수 없이 병원에 자주 실려 가는 불투명한 내일이기 때문에라도……. 오늘 그 날이라 생각해 보고 이 글을 써 봅니다.

< 아내에게 >

여보, 내 지금까지 살아온 적지 않은 마흔 두 해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이었지만 그동안 사랑하는 당신에게 유산으로 상속해 줄 만한 가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만 사랑한다는 오직 당신만을 사랑했다는 이 말만을 남겨 줄 수밖에 없음에 이제 홀로 지내야 하는 병약한 당신의 건강에 더욱 안타까워 할 말을 잃습니다…….

진정으로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행복했었습니다. 특히 내가 장애를 입게 된 이후 당신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처녀 시절부터 지병으로 알아 오던 중증의 심장병에도 불구하고, 어렵지만 규모 있게 꾸준히 알뜰살뜰 꾸려온 살림 덕분에 오늘까지 쥐꼬리 만한 작은 월급에도 풍요함을 누리며 살게 되었던 것은 내가 마누라 하나는 잘 얻었던 것으로 여기고, 항상 흐뭇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매월 수입 중 절반에 가까운 4~5 십만 원이란 적지 않은 액수를 시부모님을 위해 따로 때어 놓고 생활하고 친정을 위해서도 1~20 십여 만원의 돈을 정기적으로 드리기에도 쉽지 않을 터인데도, 어려운 살림에서 그분들께 불평하나 없이 살아온 당신에게 나는 왜 애쓴다는 고맙다는 말을 자주 못했는지 모르겠소.

그래서 이제라도 말하는 것인데 말이오. 여보! 우린 89년 결혼 시절부터 아무것도 갖은 것 하나 없이 그저 4백 만원 단칸 전세(300만원은 회사 융자)에서 지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당신의 근검절약과 수고로움으로 이어진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들 이어서 항상 나의 마음 한구석이 조금 아팠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전합니다.

또 한 가지 나의 마음을 걸리게 하는 것으로 당신에게 전하여 줄 말은 우리들의 교제 시절, 항상 나의 입에 붙어서 당신의 손 모양만큼은, 지금보다 더 험하지 않도록 하게 해줄 자신이 있다고 했었는데 몇 일전 말없이 잡아 본, 힘겹게 설거지를 막 끝낸 손길에서 표현은 못 했지만 나 자신이 지키지 못 할 약속을 한 것 같아 얼른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어 정말 미안했었다는 것을 전하여 주고 싶소.

이제 마지막으로 꼭 한 가지 당신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오. 내가 만약 뇌사 같은 회생 불능의 사고에서 깨어 날수 없다면, 지금까지 84년과 94년에 이르는 2번의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고 아직도 시달림을 받는 당신에게, 나는 같은 혈액형이므로 제일 먼저 나의 심장을 옮겨 주고 싶소.

또한 남은 육신의 한 부분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도움과 희망이 된다면 이식 가능한 그 어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옮겨져서, 장애가 없어진 온전한 삶으로 다른 사람 속에서 사고 후의 장애에서 벗어나 온전히 사용되어질 수 있도록 기증하여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보! 내가 평소에 다 하지 못한 마지막으로 할말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것은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아니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다시 당신을 만나서 당신만을 사랑 할 것이라는 이 말을 꼭해 주고 싶었다오.

여보. 사랑하오. 그리고 그동안 함께 했던 기쁨과 슬픔의 날들에 대하여 진정 고맙고 감사하오.

< 남편에게 >

어차피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시간의 수레에서 내 생애가 잠깐 빛났다가 사라지는 촛불 같을지라도 저 역시 당신과의 만남은 행복했었습니다. 그리고 늘 함께 할 수 있었음에 또한 고맙고 진정 감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당신과 함께 했던 인생의 날들 중에는 칼로 물 베기와 같은 아픔의 순간순간들도 어쩌면 하나의 절충 과정으로 지금에 이르러 번복하지 않게 하는 시행착오로써 삶의 소중한 교훈이 되었는데…….

그렇게 인생을 배워 알만하고 이제는 살아 볼만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이때 우리는 남은 삶을 헤아려 이별을 준비하며 또 얼마나 가슴 아파 해야 합니까? 그래요. 어떠한 형태이든 숙명처럼 이별이란 배경 아래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보내 드리고 떠날 수밖에 없음에 마음을 다잡아 보아도 헤어짐으로 가슴이 아파지는 것만큼은 누가 되었든 남은 자의 몫인가 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헤어짐에만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성서로서 희망을 주는 우리의 님께서 마련하신 단순한 윤회가 아닌 또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다시없을 만남으로 이어 질 수 있기에 순간의 아픔들에서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질로는 잠시 존재하는 약간의 연금과 서민 아파트가 남겨질 우리의 전부이겠지만 그러나 그 어느 것 보다 소중하고 지속적인 것으로 굳은 믿음 아래 우리가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하느님과 세 겹의 띠로써 사랑만큼은 과거나 미래에도 변함없을 것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 또한 불투명한 미래에서 당신의 글을 대하고 기슴이 저려 옮을 느끼며 그동안 사랑했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저 역시 남은 그때가 언제일지 모름으로 얼마 되지 않는 우리의 물질에는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자녀가 없는 까닭에 우리 중에 어느 누가 남든 살아가는 동안 양가 부모님께 충실하고 모두 돌아가시면 그 후 우리의 남은 부분 모두 사회사업에 기탁하여 온전히 쓰이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저 역시 당신께 더 편히 잘해 주지 못하고 바가지만 긁던 것이 생각나 미안하며, 궁핍한 생활에서도 마음으로라도 풍요롭게 생각하며 끝까지 잘 참고 나 하나만을 사랑하여 준 당신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여 드립니다. 그리고 이재서야 불러 봅니다. "여보" ~ 사랑해요…….(당신께 할말이 참 많을 것 같은데 정작 이렇게 앞에 대하고 보니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만 맴도네요)

- 비 -

유리창 밖을 구르는 빗방울은
만유 인력이란 자연 법칙에도
잠시 판결을 기다리며 머물고

세상 온갖 죄를 다스리려하듯
천둥으로 추상 같이 호령하고
번개 같이 단호하게 행하여서

온통 빗방울에 비추는 세상을
하늘을 거꾸로 아래에 세우고
죄의 무게 따라 곤두박질한다

부도덕한 세상 심판 판결처럼
사십 주야 끊임없이 쏟아내려
세상만사 온갖 쓰레기를 씻듯

우리 마음속의 갈등과 잡념과
아집과 편견들을 한번에 모두
말끔하게 닦아 내리게 하시고

그 곤두박질하는 빗방울 속에
인류의 사악한 마음과 오염과
눈물과 한숨과 애달픔을 씻고

오색 무지개 약속으로 가득히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한아름
우리 마음속 촉촉이 내리소서

- 채송화 -

키 낮은 수줍음으로
아름답게 피어나

화단 속 모든 꽃보다
다소곳이 앞에 앉아

아이와 같은 겸손한 고개 짓에
화사하게 미소 짓는 너는

채송화

- 평생의 빚 -

평생을 갚아도 끝이 없는 빚을
우리는 바쁜 하루의 일과 속에
가슴에만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사랑의 빚이 제일 큰 하나이고
은혜의 빚이 또 다른 하나이며
자비의 빚 또한 그 하나입니다

우리 그로써 인생의 참 의미와
삶의 빛과 길이 열리며 보였고
올바른 행로를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그 빚을 가슴에서 꺼내어
보은의 정성으로 온 마음 모아
매일 감사와 수고로 살펴 키워

이슬 머금은 아름다운 꽃 피워
다른 누군가에 분양하려합니다
평생을 갚아도 끝이 없는 빚을

- 첫사랑 -

만나면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이며
함께 할 수 있음에 흥겨워 가슴 졸이고
시간가는 줄 모르던 그 아득한 기억들

늘 말보다 더 따듯한 느낌으로 전해지던
수많은 눈길 속의 그 부드러운 속삭임

처음 손과 손을 마주할 때 그 짜릿한 감촉과
간절한 바램으로 나누던 첫 키스의 달콤함

헤어짐이 아쉬워 서로 바래주다 밤이 깊어
부모님의 노파심에 꾸중 들어야 했었던 날도

끝내 전하지 못하고 헤어져야 했던 그 말
마음속으로만 되 내이던 사랑해요. 사랑해요…….

이 모든 것 이룰 수 없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이고
순수한 마음으로 이 순간까지 간직했던 일이기에
그 때 그 순간은 늘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 나의 날씨 -

내 마음속 높고 파아란 하늘에
우울증 장마 전선으로 뒤 덮고
그 육신에 짙은 어둠 덧칠하여
몇 일 밤낮 통증으로 쏟아진다

불치의 장애와 합병증 몇 년간
의욕 마저 상실한 나의 자아는
창살 없는 감옥에 매인 슬픔에
세찬 소낙비로 온 몸을 때리고

아내도 앓고 있는 심장 질환에
슬며시 다가와 꽃 피우는 것은
반짝 틈 사이 호랑이 장가가고
여우 시집가는 빗속 햇님 얼굴

청명한 날 같은 육신의 바램과
내 영혼의 간절한 소망 하나는
이승과 통증 틈 사이 햇살처럼
고통 없이 미소짓는 아내 얼굴

- 또 다른 기상 예보 -

어릴 때 할아버지 할머니 허리를 두드리며
한숨 섞인 말씀으로 오늘 비가 오려나보다
장독들 열지 말거라 하시던 기상 예보처럼
언제부턴가 아직 젊은 나도 그렇게 되었다

장애를 입은 후 날씨의 변화가 있을라치면
탤레비젼의 일기예보가 정확한지 확인하듯
움직이지 못하는 온 몸이 저리고 쑤시기는
정도를 달리하며 사람을 온통 지치게 한다

어느 정도 잠을 설치며 고통받는 강도에서
비가 오는 몇 퍼센트의 가능성을 달리하며
흐리다가 개일 정도 변화까지 감지할 만큼
내 몸은 또 다른 기상예보기로서 살아있다

이는 전신마비 장애로 인하여 자연이 생겨
어떤 의미로든 살아 있음을 확인하려는 듯
나 장마철을 앞두고 두려움에 마음 졸이며
작은 날씨 변화에도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 부부 -

서로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공통의 사랑 찾아 헤매이다

믿음의 바탕으로 언약 맺고
부부 일신으로 사랑 가꾸며

아담하고 소중한 가정 속에
소망 먹고사는 우리는 부부

비와 바람의 시련이 있기에
서로의 믿음 더욱 다져지고

폭풍우 같은 병마의 순간도
사랑의 튼튼한 울타리 쳐서

희망의 등불 꺼트리지 않고
행복을 가꾸는 우리는 부부

- 아내 -

오직 하나 사랑이란 미명의 눈가림에
소녀의 꿈과 자신을 희생하고 환생한
아름답고 고귀한 당신의 이름은 아내

아내라는 새로운 이름의 삶을 통하여
오붓하고 따듯한 가정 만들기 위해서
가족 구성원이 세상모두인 것과 같이

정열적인 사랑으로 용기 잃지 않도록
우아함과 믿음으로 희망 잃지 않도록
남편과 아이들의 키에 높이를 맞추어
자신을 조절 할 줄 아는 당신은 아내

물질은 부유하지 않고 때론 가난해도
훈훈하고 다정한 가정 만들어 가꾸는
그런 소중한 아내 우리에게 있음으로

아내라는 이름의 유일한 자리 매김은
진정 세상 무엇들과 비교하지 못하는
참다운 가치의 아름답고 소중한 이름
- 어머니 I -

내가 너를 대신 하여 줄 수만 있다면 하시며
눈물 글썽이시고 뒤돌아
몰래 눈물 닦으시던 어머니

저의 교통사고 후 후유증으로 생겨 버린
장애와 질병이 자신의 몸인 것처럼
함께 고통을 나누며 같이 싸워 주시는 어머니

회복 불가능의 충격을 견디지 못해 절망할 때
오열로 한없는 눈물 흘려주시고
같이 절망하시던 어머니

어머니 !

저를 잉태하시고 해산의 고통을 감내 하셨으며
철들도록 끝없는 인내와 교훈과 사랑으로
감싸 안으셨던 어머니…….

제 나이 올해 마흔 넘어
세상을 조금은 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없이 깊고 깊은 당신의 사랑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여든이 가까워 노쇠하여지신

나약한 당신의 모습이지만
세상을 사는 마지막 힘과 용기는
저와 함께이기 때문이시라며
매일 하느님께 기도로
저의 회복과 건강을 기원하여 주시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몇 번을 불러 보아도
항상 불러 보고
또 불러 보고 싶은 어머니

어머니~ 저는 오늘도 멀리서
당신을 불러 봅니다.

어머니 . ~~~

- 어머니 II -

혹시 나쁜 일에 미혹될까
행여 딴 길에서 헤매일까
온종일 사랑과 징계로서
인생의 길을 열어 주신
어머니

마음으로 올바르고 정직하게
정성으로 용감하고 성실하게
심혈로서 정의롭고 강직하며
밝고 건강하게 키워 주신
어머니

사랑으로…….
마음으로…….
정성으로…….

몸소 보여 주신 어머님의 모든 것
내 어찌 갚아 드릴 수 있을까
헤아리다……. 헤아리다 다 못 해이고

속 썩이고 애태우던 것만 헤아려져
그만 꿈속으로 어머님을 뵈려 갑니다.

어머니……. ~
- 하늘을 보자 -

마음이 울적할 땐 하늘을 보자

한 조각 자유로이 흐르는 구름에
그 마음 싣고 한없이 달려 보자

부자유한 육체가 버거울 때에도
한없이 넓고 푸른 하늘을 보자

넓이와 깊이를 알 수 없는 만큼
무한의 가능성을 담을 수 있기에

너와 나 힘겨울 땐 하늘을 보자

즐겁게 웃음 짓고 행복할 때에도
그 기쁨 웃음 행복을 가득 담아
하늘을 통하여 모두 전해지도록

맑고 투명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자

- 아버지 -

당신은 저의 어린 시절
가장 힘세고 듬직한 분으로
저의 곁에 계셨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모습은
세월이 흐르면서 삶의 무게로
차츰 힘을 잃으셨어도
언제나 자상하고 근엄하셨으며
항상 한결같이 변함 없으셨지만
성장하는 저희 눈 속에 비추인
이마의 세줄 굵은 주름살은
말없이 삶의 깊이와 애환을
그려 보여 주셨습니다.

아버지…….

당신께서 안 계신 지금
저로 하여 아버지로서
자상하고 근엄할 수 있고
기쁠 때만이 아니라
슬프고 힘겨운 삶의 무게도
감당할 수 있도록 보여주신

당신의 깊은 삶에 감사드리며
아버지의 그 생애 속으로
또 다른 윤회를 위하여
당신을 쫓아 걸음을 옮깁니다.

아버지…….~

- 담배 -

호기심과 멋스러움에 태우는 한 개피 담배는
깜박이는 빨간 불빛에 생명까지 태우는 것이

언젠가 사그라진다는 인생에 대한 의미인가
타 들어가는 것에 비례하는 생명에 길이인가

깜박이는 만큼의 수많은 고비 길의 인생인가
태우는 만큼 깜박거린다는 건강의 경고인가

- 우리 님  -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며시 다가오신
우리 님

말보다 더 강한 믿음으로
마음 속 따듯한 사랑으로
온 세상 가득 채워 주신
우리 님

눈감고
보지 않아도
또렷이 그릴 수 있는
우리 님의 모습

말하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항상 내 귓가에 맴도는
우리 님의 음성

멀리 있어도
바람 불지 않아도
은은하게 전하여 오는
우리 님의 향기

눈빛 한번으로
손짓 한번으로
간절한 서로의 마음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하는 우리 님

나에게
이러한 능력
불어넣어 준
우리 님은
사랑의 마술사

- 사랑 -

눈감으면 잊혀질까
멀어지면 잊혀질까
헤어지면 잊혀질까

그러면 그럴수록
뚜렷이 남는 한 가지

사랑
- 불륜 I -

불륜 인줄 알면서도
오늘처럼 그대를 사모하여 본 적이 없습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나의 마음이
또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오늘은, 오늘만큼은,
간절히 그대를 사모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그대를 거부하지만,
나는 그대가 누구 곁에나 짙게 유혹하는
불륜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내가 생명으로 태어나 엉덩이를 맞으며
첫 울음을 발하는 그 순간
그대는 그림자로써
내 곁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 나를 기다려 온 그대를,
까맣게 잊고 살다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리고 아버지가
그대에게서 돌아오지 못함을 알았을 때
나는 그대의 그림자를 기억하고
떠올리며 미워하다 못해 증오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존재하는 매 순간
끊이지 않고 한결 같이
나와 함께 하며 기다려 온 그대이기에,
그리고 그대의 품을 벗어날 수 없는
유한한 인생이기에,
또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나를 진정으로 해방시켜 줄 그대이기에
오늘은, 오늘만큼은,
불륜 인줄 알면서도
그대를 진정으로 사모합니다.

오늘은 침상 속 가까이,
짙은 그대의 그림자를 확인하며
불륜의 열애에 빠진 것은
몇 일째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혼돈 속의 삶에 기로에서
편안한 안식처를 바라는
이 육신의 마지막 위안이며 사랑입니다.
…….

- 불륜 II -

오늘도 육신의 나약함으로
강한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가족 모두를 저버린 체
이렇게 불륜에 빠져 헤매이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이 고행에서 헤어나
편안히 안주하고 싶기에
이것이 불륜 인줄 알면서도
불가항력적인 힘에 끌려

나도 모르는 유혹에 빠져 이렇게
오토바이를 탄 듯 전신을 전율하며 벌이는
우리의 불륜의 열애에서
나도 모르게 내어 지르는
요란한 신음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더욱 더 깊이깊이
빠져드는 불륜

오늘도
인간의 불완전함을 핑계 삼아
세상 모두를 저 버리고
숙명으로 우리 언젠가는 맺어져야 한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이처럼 너 하데스를 거부하지 못하고…….
- 인생에 의미 -

금강석의 영롱한 오색 창연함이나
꽃처럼 형형색색 피지 못하였어도

하늘과 땅과 바다 속 모든 것에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롭게 빚어내어

진리와 빛으로서 밝은 소망주시고
성서의 말씀에 생명의 믿음주시고

독생자로 인한 끝없는 사랑주시며
누구에게나 고루 햇살 비춰주시니

인생으로 무한 축복주신 님이시어
영원토록 찬양과 찬송을 받으소서

햇살 비추이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풀 섶에 내린 이슬 같은 인생에게

순간의 순간들도 겸손과 감사로서
당신 곁에 머무르게 하여주옵소서

- 주름살 I -

아버님 얼굴에 주름살 세게
훌륭한 가장의 책임에 대한 명예의 훈장

어머님 얼굴의 주름살 네 게
세상의 온갖 풍파 지켜 주신 공로의 훈장

저의 얼굴에도 주름살 두 게
장애와, 후유증에 지쳐 버린 마음의 흉터

- 주름살 II -

세월의 흐름 속에 말없이 생긴
인생의 깊고 깊은 사연의 굴곡
보기엔 그냥 얕은 세줄 이어도

기쁠 땐 기쁨의 깊이로 패이고
슬플 땐 슬픔의 깊이로 패이는
희 노 애 락이 깊게 담겨 있어

어려울 때 꺼내는 지혜의 곡간
힘겨울 때 꺼내는 사랑의 곡간
절망의 때 꺼내는 희망의 곡간

- 혼미 -

무엇이 옳고 그름인가
나 이제 혼미 속에 갈피를 잃고 있다.

삶은 한없는 고통과 투쟁의 연속
이제 포기하고 편안히 안주하고 싶다.

나름대로 자조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싸워 온 적지 않은 투병과 재활의 순간,

병약한 아내와 노쇠하신 어머니의 희생뿐
싸워도, 싸워도 제자리뿐인 다람쥐 채 바퀴 속.

나 있음으로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는 두 분
나에게는 그 자체만으로 또 다른 혼돈.

무엇이 행복인지 무엇이 인생인지,
무엇이 무엇이고 무엇이 무엇인지.

혼미…….
그 혼미의 연속이다.
- 병원 -

처음 너와 만나는 순간
냉정하게 다시는 대면하지 않으리라
단단히 굳게 결심을 하고
모질게 다짐에 또 다짐 해 보지만
질병의 고통과 장애의 버거운 멍에로
다시 너를 찾아야 한다

때로는 희망과 건강을 담보로 하여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되돌아
다시 찾은 너를
이제 까맣게 잊은 듯 떠나려 하여도
너는 변함없이 두 팔 가득
포근히 감싸고 품어 주려 하지만

그러나 따듯하게 보호하고 치료하여
주는 너와 나 사이에는
하루에도 수 없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만 존재하기에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항상 너를 떠나 있어야 하는 나에게
헤어짐은 만남의 또 다른 조건이라는
윤회의 수래 바퀴처럼

나 살아 있는 동안
아니 죽어서도 다시 너를 찾아야만 하는
너와 나 사이는
가까이도 멀리도 할 수 없는 애증의 평행선

- 자유 -

우리 진정한 자유를 위하여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보자

육신의 굴래 벗을 순 없지만
마음은 상상의 날개를 펴고

단 하나 책임의 한계 속에
상식과 관념의 옷 훌훌 벗고

저 무한의 공간 속 너와 나
마음껏 자유의 날개 짓하며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오늘
그 진정한 자유를 위하여

- 님 -

내가 모태에서 조직되고 인생으로 태어날 때
난산으로 울지 못하던 제게 어머니의 믿음에
생명의 빛으로 다가와 함께 하시던 님이시어

사랑과 징계로서 성서의 교훈 따라 가르침에
마음 속 깊은 곳 자리하신 나의 님 알게되고
헛된 사랑과 번민 속에 갈등으로 헤매 일 때

진리의 빛으로 다스리게 하여 주신 님이시어
영원 속에 한 순간 사라지는 풀꽃 같은 인생
아직 남은 짧은 생명 소중한 쓰임 새로 여겨

섬광 번쩍이던 혼돈의 세상 부활의 믿음으로
칠흑보다 더 어두운 무의식의 죽음의 잠에서
창 틈 사이 줄달음 치는 석양과 함께 다가와

희망의 태양으로 길 비추어주신 나의 님이여
식물 인간처럼 깨어나지 못함을 담보로 하는
생사를 건 투병의 싸움도 두려워하지 않도록

생명의 원천 당신께 있음을 사무치게 깨달아
님 향한 해바라기 사랑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그 순간 ! (사

가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