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아이

유정목 (9와 숫자들)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는
너의 말을 들었을 때
내가 하고 싶던 말은 "나도 그래"
난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이니까

하루에 세 잔 이상 마시지 말라던
너의 말을 들었을 때
왜 묘한 미소를 지으냐며 내게 물었지
난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이라서

책을 보고 TV보고 산책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음악을 듣고 기타를 치며 눈을 감아도
너는 내 앞에 있는데
나는 그게 너무 좋은 걸

잃고 싶지 않아
자꾸만 보고 싶어 잠을 잘 수 없어
커피를 마시네

잊고 살 수 없어
조금도 버릴 순 없어 잠든 사이 못 보는
그 시간도 싫어

우리 처음 만난 그 날
내가 어땠는지 몰랐을 거야
뜨거운 심장 박동에 타버리던 나의 목
옆에 있던 커피를 물처럼 벌컥 마셨지

술을 마시며 종일 놀고 밤을 새어봐도
누워 양을 세봐도
영화를 보고 운동을 하고 눈을 감아도

잠이 올 생각을 안 해
근데 난 그게 너무 좋은 걸

잃고 싶지 않아
자꾸만 보고 싶어 잠을 잘 수 없어
커피를 마시네

잊고 살 수 없어
조금도 버릴 순 없어 잠든 사이 못 보는
그 시간도 싫어

오늘도 난 커피를 물처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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