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베개

한동근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을 거라
그 밤이 어느새 천 번째 밤이야
네가 떠난 그날부터 매일 밤
나를 위로해 줬던 건

언젠가 네가 내게 사준 베개야
한시도 떨어져 살 수가 없을 때
서로 같은 베개 위에서라도 꼭
잠들자고 약속했었던

똑같은 베갤 배고서 잠이 들면
어디서든 함께 있는 거라던
꿈속에서도 헤어지지 말자던
그런 네가 너무 그리워

잠들 때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사랑한다는 말 지겹게 나누고
두 베개가 하나 되는 그날을
그리며 행복했던 난

이제는 그 베개를 끌어안고서
눈물을 흘리고 후회를 흘리고
너에게 다 미쳐 주지 못했었던
나의 마음을 또 흘리지

똑같은 베갤 베고서 잠이 들면
어디서든 함께 있는 거라던
꿈속에서도 헤어지지 말자던
그런 네가 너무 그리워

언젠가 잊혀질 날이 올 것 같아서
슬픔도 멈출 날 올 것 같아서
외려 두려워 시간이 내 맘까지
앗아갈까

아직도 너만 꿈꾸고 있는 바보
이런 나도 잠들 날이 올까 봐

똑같은 베갤 배고서 잠이 들면
어디서든 함께 있는 거라던
꿈속에서도 헤어지지 말자던
그런 네가 너무 그리워

사랑이 눕던 그곳에 그 자리 위에
영원처럼 이별이 또 누워도
너와 똑같은 추억 하나 가진 난
그래도 너라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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