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규현
밤이 조금씩 차가워질 때

혼자 걷는 게 오늘따라

눈물이 나네요

아주 오래된 소설을 꺼내어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본 얘기가

왜 다르게 느껴지는지

때묻은 첫 장을 넘겨

고전 속의 주인공 그들처럼

우리 기억을 다시 써 볼까 해

특별할 것 없던

사소한 너의 하루와

뒤척이던 긴 밤도

모든 게 사랑이었단 걸

낡은 연애소설의

가장 첫 페이지에

너의 이름을 빌려 쓴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웠던

나 너만 사랑했었던

오래된 얘기를 다시 꺼내어

밤은 조금씩 길어지는데

아직 내 안에 살고 있던

시간은 여전해

작은 먼지 쌓인 나의 책상에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얘기가

너에게도 읽혀질는지

구겨진 기억을 꺼내

이젠 조금 바랜 너의 사진도

아직 여전히 연인인 듯한데

조금씩 더 길어진 저녁 그림자에도

발걸음이 멈추게 하는 건

너뿐이었단 걸

낡은 연애소설의

가장 첫 페이지에

너의 이름을 빌려 쓴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웠던

나 너만 사랑했었던

오래된 얘기를 다시 꺼내어

너의 이름도 그 얼굴도

쓸쓸히 느껴지지 않도록

난 기억할게 내 안에

벌써 마지막 장에

끄적이는 그 이름

낡은 연애소설의

가장 첫 페이지에

너의 이름을 빌려 쓴

눈물이 나도록 또 평범했던

나 너만 하나만 사랑했었던

오래된 얘기를 다시 꺼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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