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이수진
공원 푸른 잔디밭을
뛰어노는 아이들
걱정스럽게 또 따뜻하게 보는
엄마의 얼굴
두런두런 얘기하며 걸어가는
노부부와
잠시 벤치에서 핸드폰을 거는
어린 여학생과
거친 숨소리를 내며 스쳐가는
탄탄한 등과
묵묵히 걸어가는
아주머니의 좁은 발
자릴 깔고 술 한 잔에 거나해진
사람들과
아무런 표정 없이 공원을
가로지르는 퇴근길에 사람들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술에 취해 벤치에 쓰러져
잠든 노숙자와
그 위에 눈처럼 내린 꽃잎을 봐
어두워진 하늘 새로
네온 불이 켜지고
나는 한 걸음씩 걸어갈 뿐이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야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영등포 공원 나는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걸었어
나는 영등포 공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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