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빛으로 물들어 세상이 푸르러질 때
지나가는 그 계절이 나를 스치면
꿈인 것처럼 깨어나지 않던
너의 존재가 문득
다가가면 더 멀어질까
내 안에서 사라질까 난 두려워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으니
이렇게 떠올리기만 할게
조금 아팠던 우리의 모습까지도
잊고 싶지 않아
우리가 머물렀었던 흐릿한 기억의 끝엔
더 이상 남아있는 게 하나 없지만
너를 비추던 태양빛과
일렁이던 도시의 거리
별거 아닌 풍경들도
지워지지가 않더라 이상하게도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으니
이렇게 떠올리기만 할게
조금 아팠던 우리의 모습까지도
잊고 싶지 않아
길어진 하루 끝에 서있는
햇빛에 말라버린 그림자 하나가
다 늘어진 테이프를 틀어놓은 듯이
반복되고 있어
어쩌면 너는 저 바람보다
짧게 지나가는 우연인가 봐
그저 잠시 머물렀던 시간이래도
잊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