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도솔천아

김승일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선말 고개 넘어 간다
자갈길에 비틀대며 간다
도두리 벌 뿌리치고 먼데 찾아 나는 간다
정든 고향 다시 또 보랴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이깟 행차에 흥 난다고
봇짐 든든히 쌌겄는가 시름 짐만 한 보따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길을 막는 새벽 안개
동구 아래 두고 떠나간다
선말산의 소나무들 나팔소리에 깨기 전에
아리랑 고개만 넘어가자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도랑물에 풀잎처럼
인생행로 홀로 떠돌아 간다
졸린 눈은 부벼 뜨고 지친 걸음 재촉하니
도솔천은 그 어드메냐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등 떠미는 언덕 너머 소매 끄는 비탈 아래
시름짐만 또 한보따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풍우설운 등에 지고
산천 대로 소로 저자길로
만난 사람 헤어지고 헤진 사람 또 만나고
애고, 도솔천아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노을 비끼는 강변에서 잠든 몸을 깨우나니
시름짐은 어딜 가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빈 허리에 뒷짐 지고
나나나...
선말 고개 넘어서며 오월 산의 뻐꾸기야
애고, 도솔천아
도두리 벌 바라보며 보리원의 들바람아
애고, 도솔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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