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니고

하동균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내가 눈물이 난 게 아니고

이부자리를 치우다
너의 양말 한 짝이 나와서
갈아 신던 그 모습이
내가 그리워져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책상 서랍을 비우다
네가 먹던 감기약을 보곤
환절기마다 아프던
네가 걱정돼서 운 게 아니고

선물 받았던 목도리
말라빠진 어깨에 두르고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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