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ORY

심규선 (Lucia)
그대는 상아빛 사월의 달밤에
저 홀로 피는 꽃 같아요
어느 누구를 향해서
그렇게 흐드러지도록
피어있었나요

그대의 두 눈에 어리는 사람이
누군지 알기는 싫어요
아마 용서치 못 할 것 같아요
지금도 이렇게 미워하니까요

한 잎 한 잎 또 잃어 가고 있어요
두 손이 아릴 때까지 쥐고 있던 꽃잎
봄은 주춤대듯 망설이듯
너의 운율을 따라
사위어 가고

노래를 마친 입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라 굳었죠
보이지 않던 문들
우리 둘의 사이로
반짝이며 흘렀던 모든 꿈들이
이제는 저기 먼지 더께 속에

한 잎 한 잎 또 잃어 가고 있어요
두 손이 아릴 때까지 쥐고 있던 꽃잎
봄은 주춤대듯 망설이듯
너의 운율을 따라
사위어 가고

한 잎 한 잎 또 잃어 가고 있어요
차가운 비 속에서 몸을 떨던 별빛
발걸음을 뗄 때마다
다시 붙잡는 듯한 이 봄
사월의 그대

그대는 상아빛 사월의 달밤에
저 홀로 피는 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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