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나지 않는 예전 어느날로부터
시작된 이 세상을 내게 안겨주고도
또 뭐가 그렇게 모자랐는지
난 그들의 젊음을 마시고는 숨 쉬어
한손으로도 거뜬히 들 수 있었던
이 자식놈의 무게가 버거워지고
이제 온전히 한 사람의 무게
아직 저도 자신을 떠받치긴 힘드네요
나이를 덜 먹었는지
영 발전이 없는 천둥벌거숭이
되는대로 살아가는 동안
두 분의 마음을 얼마나 좀먹었을지
아직은 이해하기 힘든 그 마음
내가 아이를 갖게 된다면 알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반면 걱정의 무게를 숨기며 수화기 너머에서
밥은 잘 먹고 다녀 엄마
걱정은 말아 줬으면
내게 쓰시는 무거운 마음
당신께 좀 더 썼으면
거짓말처럼 흘러가 시간은
세상에 처음 나온 나를
만났을 때 엄마의 나이가 지금
나보다 어렸다니 뭔가 이상한 기분
당신의 청춘은 어떠셨나요
나와 함께 한 또 그만큼의 날은
행복했는지..
괜히 궁금해지네요 염치도 없이
이제 몸 여기저기가 고장나기 시작하네
서글픈 미소를 띄며 스치듯 하신 말에
참을 수 없게도 가슴이 시리네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다가오기에
모자란 내가 드릴 것이 많지 않아서
괜한 마음 쓰시고 걱정 하실까봐서
어떻게 계시냐고 전화를 걸어
반가운 마음을 숨기며 수화기 너머에서
밥은 잘 먹고 다녀 아빠
걱정은 말아 줬으면
내게 쓰시는 무거운 마음
당신께 좀 더 썼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