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 해 지네,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온 종일 쉴 새 없이 살았건만
내 몸은 어디가고
긴 그림자만 남았네.
허전한 내 가슴에 어둠이 내리고
저 멀리 쓸쓸한 불빛만이
나를 바라보네.
오늘도 흘러가는
내 삶은 기약도 없건만
내일도 해는 또다시
밝게 빛나겠지.
서산에 해 지네,
한 일도 별로 없는데-
한 세월 부지런히 살았건만
덧없이 지난 세월에
빈 하늘만 바라보네.
힘겨운 발걸음이 달빛에 젖는데
저 멀리 희미한 추억만이
나를 달래어 주네.
내 발길 멈추는 곳
어딜 지 알 수 없지만
이 밤도 나는 또다시
발길을 재촉하네.
서산에 해 지네
내 인생 날도 적은데
또 하루가 저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