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45

몬순누이
앨범 : Monsoon Nui 3
Nui Obidil 인간들의 기척이 잦아든 채 짐승들의 섬세한 감각이 찾아든 때 우리는 태아로 돌아간 듯
몸을 웅크리고 눈을 질끈 감는다 삼각의 관계와 사각의 거처 그 속 아들은 아비가 딸은 어미가 되는
거룩한 족쇄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처럼 그 원칙과 원형은 훼손하지 않기로 한다
지극히 영적인 판단 변색되고 짓무른 식물 교감은 흐물거리는 잔상 전염되지 않게 방역 한다
지극히 병적인 판단 무뚝뚝히 좌물쇠처럼 너를 채운 건 먼저 도피하려는 격한 몸짓이 수다스럽기 때문
그 이유 때문에 무제 한낱 이름이 되어 돌아가기엔 썩 젊은 다른 이름을 부여하기엔 꽤 늙어버린
그 이유 때문에 주어진 역할과 해야 될 역할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못한 역할도 속은 계속 역할 뿐
그 이유 때문에 너를 붙잡아 이름을 붙이고 역할을 구분 지으며 연극을 시작한 뒤 찾아오는
그 그리움을 베어 무네 소리를 느낀다 청년이 된 듯 껍질을 으깬다 껍질에 긁힌 다음 감정은 여과 없이
여기저기로 꺽인다 사춘기적 모멘텀 punctus contra punctum 마치 어른인양 본뜬 음표들 위로
자라난 미숙한 체모 육체는 더욱 견고해지고 정체는 점차 모호해졌지 의식은 점등처럼 무심히 점멸하다
끝내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채 어떠한 책임도 짊어지지 못한 채 둥지 바깥을 겉도는 채
끝내 찾지 못했던 보상책 건축가가 세우지 못한 건물에 화가가 칠하지 못한 색깔을 입힌 후
울리지 않는 벨을 눌러 열리지 않는 현관을 지나 권력의 숲으로 우거진 무거운 안채에서
타오르지 않는 불을 지핀 후 너를 처음 밝히게 됐지 우린 서로를 명칭하지 못해 과장된 언어는 도태되고
은밀한 몸짓은 곡해돼 서로는 고통을 겪게 해 마이크로미터 모래 가득한 편서풍을 들이키며 죽은
죽지 않은 사막이 되어가는 오이디푸스와 일렉트라 서로를 그렇게 격정적으로 끌어안아 질렷던가
필요에 따라 상대를 질책하던 의도치 않게 지난 이별을 곱씹게 되는 건 또 다른 이별이 다가옴을 직감하는 전조
그 전에 먼저 잠깐 생각을 멈추고 쉬어야 한다 육체를 탐닉하고 술에 도취되며 우린 어른인 척 쉬어야 한다
매순간 눈이 깜박임을 감지하고 깍아 낸 체모가 또다시 자라나는 걸 감시 한다 침이 고이는 양을 조절하며
2.5초 들이쉬고 2.5초 내 뱉는다 2.5초 들이쉬고 2.5초 내뱉어 성인이 된다는 건 몇배 더
기억에 흠집을 내며 공상을 줄이는 것 자꾸 꿰매도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가지는 것 피노키오의 제페트 처럼
분신을 공작하는 것 부연 대기 속을 헤매도 목적지를 알아야 하는 것 저먼 세퍼트 처럼
짖을 때와 짖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이 모든 게 명쾌하거나 애매해도 결국 어쩔 수 없이
쟤네도 똑같이 그럴 것 이라는 착각과 쌓여만 가는 메멘토 쉬지 말고 내뱉어 말을 건내되
말을 하지 않으며 필요 이상으로 구체적이어서 말을 되뇌이게 되는 것 하지만
여전히 너와 나를 구분 짓지 못하고 너와 악수를 나누며 붙잡은 손이 너의 손인지
널 붙잡은 나의 손인지 모르게 되는 것 뒤섞어 계속 뒤섞어 메마른 기석과 괴석 돌을 빠는 Obidil
유아처럼 침을 묻힌 네 손끝 욕구를 캐내는 호미질 우린 끊임없이 뒤섞여
모든 것이 권태로운 듯이 하나같이 무의미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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