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년

양희경
앨범 : 피맛골 연가 OST
한천년 서있어보니 알겠대
동강난 몸뚱이 둥치만 남아두
한천년 기다려보니 알겠대
꽃피던 시절이야 아득해두
가고 도 오고 또 가는일
아주 떠나는 것은 없더라
아주 떠나는 것은 없더라
어젯밤 지나가던 어느 술꾼이
잠깐 부려놓은 궁둥짝
삼백년 전이나 오백년 전이나
비릿하기는 마찬가지
뜨뜻하기는 매 한가지
한천년 서있어보니 알겠대
말짱히 눈뜨고도 꿈꾸는 법
한천년 기다려보니 알겠대
가지없는 허공에 꽃피우는 법
늘 그렇들 눈을 또 감으면
기억은 실뿌리 처럼 풀려
길들은 잔뿌리처럼 뻗어
이마를 맞대고 선 처마 아래로
함께 지나가는 사람들
울고 웃던 인연들 허공에 가득
자욱히 번져가는 살냄새
삼백년 전이나 오백년 전이나
비릿하기는 마찬가지
뜨뜻하기는 매 한가지
한천년 서있다보면 만날까
저 골목 어디에 맺었던 인연
한천년 기다려보면 오시려나
저 골목 돌아서 떠나던 사람
저 골목 돌아서 떠나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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