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딨어요 하며 명동 번화가 빌딩 그늘 아래
진열장 유리를 바라보며 머리 빗던 애화 애화
스무살 애화
1987년 여름 장마 전선이 서울에 머물고
장대비 온종일 퍼붓던 날
아파트 계단에 기대 울던 키작은 애화
지금 난 다리를 가로질러 강을 건너는 지하철
불빛이 아롱젖은 강물을 보다가
내 방 한쪽 벽에 내가 남겨논 푸른 구두를 차창에 떠올린다
도시의 그 긴 겨울동안 외로움으로 얼어붙어 있던
서로의 가슴을 녹여가며 사랑은 없다던 애화
87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