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연가

김수현
앨범 : 단가(短歌) 2
홍문연가 - 김수현
천하가 태평하면 언무숭문 (偃武崇文) 하려니와
시절이 분요 (紛擾)하면 포연탄우 (砲煙彈雨)
만날 줄을 사람마다 아는 바라
진 (秦)나라 모진 정사 (政事)
맹호독사 (猛虎毒蛇)가 심하더니마는
사슴조차 잃단말가
초야에 묻힌 영웅 질족자 (疾足者)에 뜻을 두고
곳곳이 일어날 제 강동 (江東)의 성낸 범과
패택 (沛澤)에 잠긴 용이
각기기병 (各己起兵) 힘을 모아
진나라를 멸 (滅)할 적에
선입정 (先入定) 관중자 (關中者)면
왕 (王)하리라 깊은 언약이 어젠 듯 오늘인 듯
어찌타 초패왕 (楚覇王)은 당시 세력 힘만 믿고
배은망의 (背恩忘義) 하단말가
무죄한 패공 (沛公)을 아무리 살해코자
홍문 (鴻門)에다가 설연 (說宴)을 한들
하늘이 내신 사람 천붕우출 (天崩又出)이라
벗어날 길이 없을손가
유능제강 (柔能制剛) 옛 말씀을 이로 보아 알리로다
위의 (威儀)를 살펴보니 백모황월 (白矛黃鉞)
장창대검 (長槍大劍) 청도 (靑刀) 금고 (金鼓)
대기치 (大旗幟)며 영기 (令旗) 방패 (防牌)
숙정패 (肅靜覇) 주장 (朱杖) 능장 (稜杖)
사모창 (蛇矛槍)을 좌우로 늘여 세우고
중군 (中軍)의 사자기 (師字旗)를
반공중에다가 높이 치켜 달고
좌상에 앉은 영웅 누구라 누구라 모였던고
녹포홍대 (綠袍紅帶) 호수염 (虎鬚髥)에
팔척 장검을 비켰으니
역발산기개세 (力拔山氣蓋世)라
당시 호걸 초패왕은 제일 좌상에 앉으시고
흑포륜건 (黑袍綸巾)에다 옥결을 차시고
창안학발 (蒼顔鶴髮)에 표연히 앉았으니
가빈칠십호기계 (家貧七十好奇計)의
신기묘산 (神奇妙算) 자부 (自負)를 하던
범증 (范增)이가 분명허구나
홍수남대흑전립 (紅袖藍帶黑戰笠)에
얼굴은 관옥 (冠玉)이오 풍체는 반악 (潘岳)이라
직결 (直潔)에다가 뜻을 두고
육출기계 (六出奇計)를 흉중 (胸中)에 품었으니
진평 (陳平)이가 분명하구나
서편에 앉은 영재 (英才) 정신이 호매 (豪邁)하여
장검을 어루만져 기회를 기다리던
홍포은갑 (紅袍銀甲) 저 장수는
항장 (項莊)일시가 분명하구나
위엄이 늠름 살기가 등등하니
이름이 모두 다 잔치라할 망정
어느 누가 아니 두려워할 거나
대장부 평생 소업 할일을 하여가며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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