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그 때여 어사또님은 사인교를 불러 춘향을 태워 제 집으로 보내니 춘향모 좋아라고 자 다들 우리 집으로 갑세 부인들과 춘향모 손길을 마주 잡고 가마 뒤를 따라 춘향 집으로 건너가 큰 소 잡아 닥트리고 상하남녀 노소없이 차례로 대접헐 적의 이 때여 운봉 읍에 갇혀 있던 방자 놈이 어사또 남원에 출도허여 운봉영장이 버선발로 도망해 왔단 말을 듣고 간다온다 말없이 그냥 도주허여 동헌으로 쫓아 들어와 흐느껴 울면서 아이고 어사또님 소인 방자 문안이요 어사또 웃으시며 이 놈 운봉에 갇힌 놈이 내 영도 없이 어찌 이렇게 왔는고 이 놈이 울면서 어사또께 들이대는데
중모리
마옵소서 마옵소서 무정허고도 야속허오 소인을 무슨 죄로 운봉 옥 중에 가두셨오 마나님 서간내에 소인 놈을 가두라고 분부 말씀을 쓰셨지요 광한루서부터 부용당을 몇 천번씩 왕래하며 수년 모시고 거행허던 놈을 무슨 죄로 가두었오
아니리
보신 세 컬레도 안 해 주시고 글세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사람을 이렇게 괄세를 허신단 말씀이오 어사또 웃으시며 네가 죄가 있어 가둔 게 아니라 네가 원래 방정맞은 놈이 되어서 미리 누설이 될까 하기로 잠시 너를 가두게 헌 것이니라 즉시 방자로 남원관로청 일과소님을 시키시고 십년한정허여 완문까지 허여 주셨것다 그 때여 본관이 무색허여 인병부 끌러 어사또께 바치거늘 어사또 본관을 청하여 좋은 말로 수작허되 한양성중 동거하여 성화는 많이 듣고 만나기는 처음이오나 나를 뉘긴 줄 아시니까 본관이 몸을 굽혀 모를 리가 있아오리까 어사또 웃으시며 남아의 탐화함은 영웅열사 일반이오 본관이 아니었드면 예 춘향 절행을 어찌 하오리까 본관의 수고함이 얼마만큼 크오 본관이 수참허여 유유부답 앉았거늘 어사또 이른 말씀 우리 왕사는 물론허고 남원이 대읍이라 겸세민정 오오하여 만민도탄 되었으니 아무쪼록 선치허여 만인산을 받으시고 환양상봉 허옵시다 작별허고 일어서니 본관이 재배허고 관곡한 그 처분을 못내 사례허더니라
진양
그 때여 어사또님은 반야심경 퇴령 후에 인적이 요적헌듸 역졸에게 등 들리고 춘향 집을 나가실 적 월색은 영롱헌듸 자조 우는 저 새소리 예 듣던 불여귀요 알연장명 저 두루미 우정을 생각헌듸 뚜루루루 두 날개를 떡 펼치고 진꾹 뻐꾹 뚜루루루 이히루 나를 보고 반기는 듯 연당에 금붕어는 옛 자취를 감추었고 화간에 잠든 거우 사람 자취에 놀래 깬다 역졸이 들어서며 쉬 춘향 어무 깜짝 놀라 아이고 사또님 사또님 나오시네 뜰에 나려 영접허여 춘향 방을 들어가니 이 때여 춘향이는 누웠다 겨우 일어 어사또 손을 잡고 설움이 사무쳐서 흐느껴 설리 우니 어사또 수건으로 눈물을 씻어주며 우지 마라 우지 마라 자고로 영웅미인 고생 없는 뉘 있으냐 네가 우연히 나를 만나 날 위허여 이 고생과 이 모양 당헌 것도 전혀 다 내 죄로다 만단으로 위로헐 제 미음도 권허시고 약도 짜 권허시며 이야기로 동방이 희번이 밝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