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머리

은희진
아니리
그때여 사또는 춘향을 이렇듯 옥중에 가두어 두고 아무리 달래어도 죽기로 고집을 허니 조방청 기생들을 불러놓고 너희 중에 춘향을 달래어 자유복종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거드면 관아의 이름도 떼어 줄것이여 수천냥 상급을 시켜주마 허시니 기생 중 난향이가 여짜오되 소녀와 춘향과 동갑으로 정이 매우 깊사오니 제가 가서 달래어 보오리다 이렇듯 난향이가 옥으로 내려가서 아무리 달래어도 죽기로 말을 듣지 않으니 난향이 가져갔던 주안을 먹는 체 권하는 체 허망히 돌아가고 춘향은 홀로 앉아 울음으로 새벽을 보내는 디

중모리
춘향형상 살펴보니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 뿐이라 보고지고 오리정 정별후로 일장수서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봉양 글공부에 겨를이 없어 이러는가 여인신혼 금슬우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뜻이 솟아서 비취고저 막왕막래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이보며 전전반칙 잠못이루니 호접몽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에 피를 내여 사정으로 편지허고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가 이화일지 춘대우에 내 눈물을 뿌렸으면 야우문령 단장성에 임도 나를 생각헐가 추우오동 엽락시에 잎만 떨어져도 임의 생각 녹수부용 채련녀와 제룡망채엽의 뽕 따는 정부들도 낭군생가은 일반이나 날보다는 좋은 팔자 옥 문 밖을 못 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것나 내가 만일에 임을 못 보고 옥중원혼이 되거드면 무덤 근처 있는 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오 무덤 앞에 섯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한을 알아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퍼버리고 앉어 설리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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