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또, 춘향모 속이는데

은희진
아니리
어사또는 시침이 뚝 띄고 앉어서 우는 춘향모 속만 더 답답허게 꾸미고 있던 것이였다 장모 내 얼굴 많이 변했지 얼굴 뿐만 아니라 형세로 말허드라도 서울서 둘째가라면 섧게 알던 형세요 또 아버지가 남원 와 계셔도 돈 많이 가셨것마는 그 돈이 나발소리 들은 돈이라 그런지 허망허게 달어나 버디데 그려 아 집안이 그렇게 딱 망허고 보니 내 꼴도 이렇게 되네 그려 헐 수 있나 아버지께서는 일가댁 사랑에 학장질 가시고 허머니는 외가로 가시고 나는 친구 사랑으로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가

진양
풍편에 듣자허니 춘향이 본관수청을 들어 아주 잘 되었다기에 돈백이나 얻어 쓰랴고 불원천리 내려오다 수원을 들리자니 관상인이 있다기로 상을 좀 뵈였더니 상은 과연 명상이야 내가 이렇게 망한 것은 내 팔사조관이요 내가 이렇게 안되었으면 삼재팔란 그 운 땜 허느라고 나 다려 발서 죽었으리라 허데그려 그러나 이렇게 얻어먹다가 그냥 마는 게 아니라 내가 여든 세 살만 먹고 보면 부귀공명을 내 위에 더헐 놈 없으리라니 그때까지만 기다려주게

아니리
춘향모 어이없어 어사또를 이만허고 보더니만 흐흐흐흐흐흐 사람이 저 지경이 되면 뱃 속치레부터 해야 헐 일이여 자네 부귀공명허기 기다릴랴다가 내 딸 춘향 옥중에서 환갑 진갑 다 넘어 버리게 내 딸 춘향 하나만 죽어버리면 자네 잘된 것 내게 아무 소용없네 여보 장모 아 그건 그렇고 여기까지 왔다가 춘향한테 안 가 볼 수가 있는가 어서 가세 허며 일어서니 춘향모 깜짝 놀래어 자네는 저기 저 널널한 객사동대청에나 가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이나 집에 와 잡숫던지 또 거기 어디서 잡술 데 있으면 잡숫고 바로 돌아서든지

평중모리
향단이 듣다가 여짜오되 마나님 그리 마옵소서 쌀 한되면 밥을 짓고 나무 한 뭇이면 불때지요 한방에서 주무신들 무슨 허물이 있으리까 서방님 괄시 허셨단 말 아가씨가 들어시면 옥중자결을 헐 터이니 너무 그리 괄시 마오 만단으로 위로하고 밖으로 나가더니 기둥 안고 돌아서서 옥 있는 곳 바라보며 치마 자락 끌어다가 눈물 흔적 씻으면서 아이고 아가씨 무슨 죄가 지중허여 이지경이 웬일이요 서방님 정대허신 처분 아가씨 착한 마음 어찌 복을 못 받는고 하나님도 망령허사 살펴주실 줄을 모르시네 아이고 아가씨 의지할 곳 바이없는 노래허신 마나님과 혈혈단신 소녀 몸은 뉘기를 믿고 사오리까 칙은헌 울음소리 어사또도 목이 매여 오냐 향단아 우지 마라 마라 우지를 마러라 이애 향단아 우지 마라 천붕우출이라 하늘이 누너져도 솟아날 궁기는 있는 법이니라 이애 향단아 우지 마라 우리 마라 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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