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춘향이 눈물 흘리는데

은희진
아니리
어느 듯 동방이 히번이 밝어오니 이 때에 내행은 길을 뜨라고 내외가 분주헐 제 도련님은 아니 들어오니 방자 마음 민망허여 춘향 집을 찾어가니 도련님은 정신없이 춘향과 앉어 울음을 우는지라 방자 어이없어 아이고 여보 도련님 이게 웬일이시오 내행차는 벌써 길을 뜨시고 사또께서는 도련님 찾어 오라고 야단났오 어서 좀 가십시다

중모리
도련님 할 일 없어 마루에 올라앉으며 춘향아 잘 있거라 춘향이도 일어나서 한 손으로 말고삐를 잡고 또 한 손으로 등잔 드린 도련님 나리라고 아이고 여보 도련님 한양이 멀다말고 편지나 종종 허여주오 말을 가자고 네 굽을 치는 듸 임은 꼭 붙들고 아니 놓네

자진모리
저 방자 달려들어 이라 툭 처 말을 몰아 다랑다랑 다랑다랑 다랑다랑 다랑다랑 훨훨 넘어갈 적 그 때에 춘향이는 따러 갈 수도 없고 높은데 올라서서 이마 위에 손을 얹고 도련님 가시는 데만 무뚜뚜름이 바라볼적 가는 데로 적게 보인다 달만큼 보이다가 별만큼 보이다가 나비만큼 불틔만큼 망중고개 아주 깜박 넘어 가니 아이고 이제는 우리 도련님 가시는 그림자도 못 보겠구나

중모리
그 자리에 퍽석 주저 앉어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가네 가네 허시더니 이제는 참 갔구나 내 신세를 어이 헐리 집으로 가자허니 우리 도련님 앉고 눕고 노들 데와 옷 벗어 걸든 데며 우리 내려 신 벗든 데 생각나서 어이허리 죽자허니 노친이 계시고 사자허니 고생이라 죽도사도 못헌 내 신세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이리 앉어 울음을 울 적 향단이도 옆에 섰다 춘향보다 더 설리우는듸 살망스럽게 울음을 운다 아이고 우리 도련님 나이 어리신 도련님이 어찌 그리도 점잖어시고 웃음을 웃어도 어찌 그리 복스럽게 웃더니마는 웃음소리를 언제 듣고 장난허는 형용을 언제 볼거나 내 마음이 이럴진덴 아가씨 처분은 오죽허리 아가씨 아씨 아씨 우지 마시오 그 도련님이 잊을 양반이 아니오니 한 때를 보지 못 보리까 아가씨 춘향 마음 더욱 산란허여 워다 애야 듣기 싫다 나도 그런 줄은 안다마는 우선 아니 답답허냐 그 때여 춘향 모친 아무리 기다려도 춘향이가 아니 돌아오니 등림 숲을 찾어 나가 만간으로 개유헌다 아가 춘향아 들어가자 늙은 어미는 생각잖고 어쩔라고 이러느냐 어서 집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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