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 춘향이 부르러 가는데

은희진
아니리
날 밝기를 기다려 소쇄를 허노라니 저의 모친이 나오며 오늘이 우월 단오일이니 향단이 다리고 조용한 곳 찾아가서 그네나 뛰고 잠깐 놀다 오너라 춘향이 반겨듣고 조반을 마친 후에 향단이 앞세우고 추천하려 나가는 듸 그 때에 이도령은 누각 위에서 배회허시다

중중모리
문득 한 곳을 바라보니 백백홍홍 난만중 어떠한 미인이 나온다 달도 같고 별도 같고 어여쁘고 태도 곱고 맵씨있는 저 아해 저와 같은 아해를 앞을 세우고 나온다 화림중을 당도터니 장장채승 긴 그넷줄을 휘느러진 벽도가지에 휘휘친친 감어 매고 섬섬옥수를 번 듯 들어 양 그넷줄을 갈러 잡고 선 듯 올라 발 구를 적 한 번 굴러 앞이 솟고 두 번 굴러 뒤가 높아 앞뒤가 점점 높아져 발 밑에 나는 티끌은 광풍 좇아 휘날리고 푸른 사이로 붉은 치마 바람결에 휘날리며 구만리 백운간에 번개 불이 흐르는 듯 꽃도 툭차 떨어지고 잎도 덮석 물어 보이니 이도령이 그 거동을 보시고 어간이 벙벙 흉중이 답답 두 눈이 캄캄 정신이 아뜩 들숨날숨 꼼짝달삭을 못 허고 사대육신 육천마디를 벌렁벌렁 떨며 겨우 방자를 부르는 구나

아니리
방자를 불러 말을 해야 헐터인듸 떨려 부를 수가 있나 눈 정신은 춘향 있는 곳에다 쏘아두고 입만 딸삭거려 건성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이 애 방자야 이 애 방자야 방자야 방자야 저 건너 화림중에 오락가락 울긋불긋 언뜻번뜻한 것이 저게 무엇이냐 눈치 빠른 방자 놈은 벌써부터 도련님이 춘향을 보고 정신을 잃은 줄을 알았겄다 아이구 도련님은 무얼 보시고 그러시는지 소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예 방자야 내 눈에는 보이고 네 눈에는 안 보일진데 내가 탐심이 없으므로 금이 화허여 보이나부다 금이란 말씀이 당치않습지요

중중모리
금이란 말씀이 당치않소 금의 내력을 아뢰리다 금은 옛날 초한시 육출기계 진펴이가 범아부를 잡으려고 황금 사만근을 초군중에다 흩었으니 무슨 금이 예오리까 그러면 그게 옥인가부다 옥이란 말씀도 당치않소 옥은 홍문연 잔치 때 범증의 깨친 옥이 백설이 된 연후에 화염곤강에 옥석구분이라 옥과 돌이 아 탔으니 무슨 옥이 예오리까 그러면 그게 해당화냐 명사십리가 아니여든 해당화 어이 있르리까 그러면 그것이 귀신이란 말이냐 백주청명 밝은 날에 무슨 귀신이 있으리까

아니리
그러면 그게 무엇이란 말이냐 답답허여 못 살겠구나 좀 건너가보고 오느라 예이 방자 충충 갔다오더니 건너가보고 왔습니다 그래 무엇이든고 그게 다른 것이 아니오라라잉 이 골 퇴기 월매 딸이 온듸 오늘이 단오일이라고라 몸종 향단이 다리고 나와서 추천을 하는 모양이옵니다 이야 그게 사람이란 말이냐 아 사람이고 말고요 아 이 골에서 천상계화라고 부르는 춘향이옵니다 음 천상화계라고 할 만 헌걸 이 재 방자야 네 지금 건너가서 내가 오란다고 잠깐 좀 불러오느라 아이고 도련님 아 그렇게 임의로 부르지 못 하옵죠 소인이 안 될 내력을 또 한 번 아뢰옵죠

자진모리
춘향의 설부화용 남방에 유명허여 감사 병사 목부사 군수 현감 관장님네 무수히 보랴허되 장강의 색과 설도의 문장이며 이비의 정절행을 흉중에 풍었으니 만고여중 군자없고 어미는 기생이나 근본은 양반이라 임의로 호래치 못 허나니다

가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