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씨부인 유언하는데

김수연
(아니리)
앞 어둔 가장에게 어린 자식 제쳐두고 유언하고 돌아눌제
(중모리)
“아차 아차 내 잊었오 저 아이 이름일랑 청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랴  지은 굴레 오색 비단 글자 박어 진옥판 홍사실 진주 느림부전 달아 신행함에 넣었으니 그것도 씌여주고 나라에서 하사허신 크나큰 은전 한푼 소복강녕 태평안락 양편에 새겼기로 고운 홍전 괴불줌치 끈을 달아 두었으니 그것도 채여두고 나찌든 옥지환이 손에 적어 못 찌기로 농 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찌여주오” 한숨 쉬고 돌아누워 어린 아이를 끌어다 낯을 한테 문지르며 “아이고 내 새끼야 천지도 무심허고 귀신도 야속허지 니가 진작 생기거나 내가 조금 더 살거나 내가 낳자 나 죽으니 가이없는 궁천지통을 널로 허여 품게 되니 죽는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의 무슨 죄냐 내 젖 망종 많이 먹어라” 손길을 스르르 놓고 한숨 겨워 부는 바람 삽삽비풍 되어 불고 눈물 맺어 오는 비는 소소세우 되어서라 폭각질 두 세 번에 숨이 덜컥 지는구나
(아니리)
그 때에 심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거 사람이 병 든다고 다 죽을리가 있겠오 나 의가에 가약 지어 올 터이니 부디 안심허오” 심봉사 급한 마음에 의가에 가 약을 빨리 지어 돌아와 수일승전반에 얼른 대려 짜들고 방으로 들어가 “여보 마누라 일어나 약 자시오 이 약 자시면 즉효 허리라 허옵디다” 아무리 부른들 죽은 사람이 대답할 리가 있으리오” “허어 식음을 전폐터니 기허허여 이러는가” 양팔에 힘을 주어 일으켜려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허고 코 긍기 찬 김나니 그제야 죽은 줄 알고 심봉사가 뛰며 미치는디 설움이라는 것이 어지간허여야 울음도 울고 눈물도 나는 것이지 설움이 사뭇 아람이 차노면 울도 못 허고 뛰고 미치는 법이었다
(중중모리)
심봉사가 기가 막혀 섰다 절컥 주저 앉으며 들었던 약그릇을 방바닥에다 내던지고 “아이고 마누라 허허 이것이 웬일이요 약 지러 갔다오니 그 새에 죽었네 약능할인이요 병불능살인이라더니 약이 도려 원수로다 죽을 줄 알았으면 약 지러도 가지 말고 마누라 곁에 앉어 서천서역 연화세계 환생차로 진언외고 염불이나 허여 줄 걸 절통하고 분하여라” 가삼 쾅쾅 뚜다려 목제비질을 떨컥 내리 둥글치 둥글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 동지섣달 설한풍에 무얼 입혀 길러내며 뉘 젖 먹여 길러 낼거나 꽃도 졌다 다시 피고 해도 졌다 돋건마는 마누라 한 번 가면 어느 년 어느 때 어느 시절에 오랴나 삼천벽도 요지원의 사왕모를 따라가 황능묘이비 함께 회포 말을 허러가 천상에 죄를 짓고 공을 닦으러 올라가 “나는 뉘를 따라 갈거나”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려지더니 “아이고 동네 사람들 차소에 계집 추는 놈 미친놈이라 허였으되 현철하고 얌전한 우리 곽씨가 죽었오” 방으로 더듬더듬 더듬더듬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덥석 안고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으로 이러나 농담으로 이러나 실담으로 이러는가 이 지경이 웬일이여 내 신세는 어쩌라고 이 죽음이 웬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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