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이보형
박중근이 부른 춘향가 중 ‘적적공방’을 담았다. 이 소리는 본디 춘향가에서 군로 사령이 춘향을 잡으러 당도하기 직전에 춘향이 이몽룡을 생각하고 탄식하는 대목이나, 박중근이 부른 이 소리는 ‘갈까보다’와 ‘산진이 수진이’ 사이에 여러 사설을 끼어 소리를 다르게 바꾸어 놓았다. 중모리 장단에서 서름제도 되었는데, 박중근이 애써 표정적인 소리로 꾸미고자 하였기에 좀 통속적인 맛이 있다. 박중근은 송만갑의 제자로 알려졌으나 그의 소리제를 들어보면 서편제의 영향이 짙어 동편제의 강건한 기가 희석되고 경쾌한 감칠맛을 내고 있다.
녹음: 1933년
제공: 정창관
(중몰이) 적적공방 홀로 앉어 아무도 모르게 자탄헌다. “갈까보다 갈까보다, 임 겨신 데를 갈까보다. 못 보아서 병이 되고, 못 잊어 웬수로다. 하날으 직녀성은 은하수가 맥혔으나 일년일차를 보건마는, 한양 님 계신 곳은 무슨 물이 맥혔간디 나는 어이 이리 못 보난고, 천자만홍 피는 꽃은 숭이 숭이 상사화요, 괴암의 고석서난 거의 다 망우로다. 청류고강 바라보니 청산이요 유수로다. 산은 어이 저리 높고, 물은 어이 수이 가는거나. 갈수록 신세가 설운 뜻은, 굴레 벗은 말이 되고, 임자없는 배가 되니, 사람마다 보면 타랴허고, 저마다 보며는 매랴고 허니 이를 장차 어쩔꺼나. 산진이 수진이 해동청 보라매 모도 다 수여 넘는 장설령 고개에, 님이 왔다 하면 나는 발 벗고 아니 쉬어 넘으련마는 무삼 일로 못 오는거나. 영영 가고 아주 갔나, 편지 일장이 돈절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