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홍문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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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홍문연가’는 진나라 격파 직후 수도인 함양 교외에 있는 홍문에서 항우와 유방이 담판짓는 광경을 단가로 짠 것이다. 홍문 회담은 사마천의 ‘사기’ 중에도 단연 압권이며, 이초,한의 대결은 예부터 인구에 회자되어 삼국지 만큼이나 널리 알려져 있고, 이를 소재로 한 소설도 여러 종류가 나왔으며, 잡가로도 부리었다. 그러나 단가 홍문연가는 유방을 암살 하려는 초나라진영과 위기를 모면하려는 한나라 진영 간으 지혜와 용기를 극적으로 그려내는 서사적인 구조는 아니다. 즉 여느 단가와 마찬가지로 거기에 모인 장수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정도의 서경적인 구성이다. 단가가 서경적인 구조라면 판소리는 서사적인 구조이며, 이것이 단가와 판소리의 근본적인 차이점인 것이다.
홍문연가는 김정문이 즐겨 불렀고, 그의 음반이 가장 오래된 녹음이다. 현재 전송되는 홍문연가도 모두 김정문의 소리제로 짐작되며, 이소향의 이 녹음도 그러하다. 원래 영웅호걸의 기상을 씩씩한 우조로 그림으로써 호방한 남성적인 분위기가 풍기는데, 여류명창 이소향이 이를 무리없이 소화시켜 내고 있다. 웅장한 맛은 다소 부족하나 목이 시원하고 소릿길이 탄탄한 훌륭한 연주이다. 주목할 것은 이소향의 음반이 대부분 가야금병창인데 반해 여기서는 순수한 북반주의 단가로 불린다는 것이다. 그의 판소리 기량을 엿볼 수 있는 귀한 녹음이다.

노래 : 이소향
원반 : Victor KJ-1038-A,B
녹음 : 1935. 3. 20

(중몰이) 천하가 태평하면 언무수순 허려니와, 시절이 분요허면 포연탄우 만날 줄은 사람마다 아는 배라. 진나라 모진 정사 맹호 독사가 심하더니 사심조차 잃단 말가. 초매의 영웅들이 질족자의 뜻을 두고 곳곳이 일어날 저, 강동의 성낸 범과 패택으 잠긴 용이 각자 기병 힘을 모아 진나라를 멸할 적으, ‘선입정관중자면 와하리라’고 깊은 언약이 어젠 듯 오날인 듯, 어이타 초패왕은 당시 세력 힘을 믿고 배응망덕 하단말가. 무죄한 패공이를 아무리 살해코자 홍문연으 설연을 헌들 하나님이 내신 사람 천붕우출이라 벗어날 길 없소냐. 유령제강 옛 말삼이 일로보아 알겠구나. 위의를 살펴보니, 백모 황월 장창 대검 청도 금고 대기치며, 영기 방패 숙정패주장 능장 사모장을 좌우로 늘어 세우고, 중군으 수자기난 반공 중으다가 높이 추여 달고, 좌상으가 앉은 영웅 누구누구가 앉으시고? 녹포홍대 호수입으 팔척장검을 비겼으니 역발산 기개세 당시 호걸 초패왕은 제일 좌상으 앉은시고, 흑포윤건에다가 옥결을 차시고 창안학발으 호연히 앉았으니 가빈칠십으 호기계의 진기묘사 자부를 허든 범증이가 분명쿠나. 홍수남대 묵전립은 얼굴은 관옥이요, 풍채난 반액이라. 재천하으다가 뜻을 두고 육출기계를 흉중으 품었으니 진평이가 분명쿠나. 동벽에 홍금전포 황검투구 조대 띠고 좌수으 홀기를 들고, 우수으 칠성검을 두렷이 비겼으니 으리있고 사정없난 항백이가 분명쿠나. 서편으 앉은 영재 정신이 호매하야 장검을 어루만지며 짓을 기달리던 홍포은갑으 저 장사난 항장일시가 분명쿠나, 위엄이 늘름, 살기가 등등허니 이놈이 모두다 잔치가 될망정 어느 뉘가 아니 두려 헐거나. 대장부 평생소원이 흔들흔들 가만가만히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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