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박처럼 흔들리는 지하철의 고동
그의 발 밑으로 느껴지는 단 한 번의 요동
1절
귓속 언저리에 남아 끊임없이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부터인지 기억의 마지막 페이지에 박혀있어.
단 둘이 낮선 단칸방에서 달빛을 받으며
창가에 잠시 미래를 꿈꾸곤 했어.
그 창가에서,
타인의 품에 술에 취해 돈을 위해 미소를 던지는 그녀.
눈에 낀 먼지는 떼버리지 못하고 돌아오는걸 보았어.
군데군데 헤져버린 땅바닥위로
쉼 없이 덜컹이던 자전거 뒤로 들리던
웃음소리를 간직하기로 했어.
언제나 그 웃음을 듣고 싶었지만,
그녀의 입에선 언제나 그녀를 기만하는
세상 얘기만 흐르곤 했어.
그리곤 욕설로 끝을 맺어 버리곤 했어.
후렴
맥박처럼 흔들리는 지하철의 고동
그의 발 밑으로 느껴지는 단 한 번의 요동 x2
2절
절벽 끝에서 고속으로 떨어지는,
날지 못한 어린 새처럼 넘어지는 내 신체
시체처럼 검어지는,
피가 돌지 않아 점점 썩어가는 손.
닳아가는 그녀의 여리던 가는 손.
더 이상 잡지 못해.
빚만 남기곤 떠나간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 만이
나를 멍하니 보는 그녀의 일과였어.
지겹게 연속되는 빈곤의 굴레.
눅눅하게 지린 장판위의 곰팡이.
잔인하게 늘어만 가는 이 밤이 까맣게 물들어가네.
그렇게 겨우내,
겨우 살아난 내 세포의 움직임을 보여주려 했을 때,
밥상을 밀어내며, 속을 게워내는,
싸늘한 그녀의 뒷모습을 마주 했어.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
3절
여전히 젖혀진 내 머리는
구석진 방안에 갖힌 채로 소리 없이 눕지.
누런 벽지에 새겨진 채 바래가는
천장의 반복된 무늬가 자꾸 눈에 아른거려.
점점 불러오는 배로 그녀
병원 의자위에 자신의 다리를 벌려.
그늘마저 쉬어가는 이 방구석에,
시들어가는 그녀가 비릿한 피냄새를
풍기며 내 옆에 함께 누워있어.
배를 움켜쥐고 움직이지 않는 그녈
어루만지는 내 손도 느껴지질 않아.
이제 기억 속에 보이는 건 오직 하나.
하나의 빛 찾아 너를 들고 헤메이네.
텅 빈 지하철 한 켠에 이내 몸을 기대.
네 머릴 끌어안고 하얀 빛을 그리네.
우릴 어둠으로 인도하기만을 그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