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절
어느 날이던가?
집을 나서던 길에 담벽 아래 웅크리고 있는
작은 한 마리의 강아지를 보았더랬어,
집 앞 뜰에선 개미들이 줄을 지어 뭔가를 나르는,
때는 바야흐로 따사로운 오월의 봄날
하지만 녀석은 뭔가에 겁나 있는 것처럼
계절에 맞지 않게 떨고 있어.
이봐, 대체 네 어미는 어디 있어?
너는 어찌해서 이런 곳에서 홀로
가여운 몰골로 그늘 속에 숨어있어
어딘가 불안한 기색을 들어내며,
끌어내어도 내가 준 먹이는 먹지를 않는
녀석에게 난 차마 발을 떼지 못해
끝내 집으로 데려가 목욕을 시켰네.
잔뜩 궁시렁대면서, 하지만 때는 늦었어.
녀석은 이미 충분히 젖었어.
후렴
내 기다림이 즐거울 수 있는 건,
그대가 올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그대를 기다려 나 여기서.
2절
강아지를 말리며 나는 생각에 잠겨
분명한건 내겐 별다른 여유가 없어.
이놈을 기를 뾰족한 방법이 없는걸.
녀석은 어느덧 기력을 찾아가지만
머지않아 다시 길거리로 가겠지
그렇다면 애시당초 녀석을 데려오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몰라
첨부터 곤란한 상황은 미리 골라
피하는게 좋을지도 모르지.
떠오르지 않는 해결책은 부담일 뿐이니까.
어린왕자가 붉은 여우를 만났을 때는
이런 고민은 없었을까?
다만, 기다림이 즐거움일 수 있는 것은
올거라는 확신이 있을 때 뿐인것을.
무책임해도 지금 내겐 이게 전부야.
강아지야 잘가. 좋은 주인을 만나
후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