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창: (아니리) 방자 하릴없이 건너와 도련님 전 고하되
방 자: (아니리) 아무리 가자 해도 종시 듣지 않고, 날 보고 욕만 담뿍 합디다
이도령: (아니리) 아니 무슨 욕을 허드란 말이냐?
방 자: (아니리) 안수해 접수화 해수혈이라고 합디다
도 창: (아니리) 도련님이 껄걸 웃으시더니
이도령: (아니리) 그게 욕이 아니다. 오늘 밤 심경에 저의 집으로 오라는 말이다. 그러니 우선 춘향집 경치나 좀 일러다오
도 창: (아니리) 방자란 놈 좋아라고 손을 들어 춘향집 경치를 가르키는데
방 자: (진양조) 저 건너 저 건너 춘향 집 보이는듸 양양은 상풍이요. 점점 찾어 들어가면 기화요초는 선경을 대롱허고, 나무 나무 앉인 새는 호사를 자랑한다. 옥동도화만수춘은 유량으 심은 것과 현도관이 분명허고, 형형색색 화초들은 이향 대로우허고, 문앞의 세류지는 유사무사 양류사요, 들총 측백 전나무는 휘휘청청 얼크러져서 단장 밖의 솟아 있고, 수삼층 화계상에 모란 작약 영산홍이 첩첩이 쌓였는듸, 송정 죽림 두 사이로 은근히 보이는 것이 저게 춘향의 집이로소이다.
이도령: (아니리) 좋다. 좋다! 장원이 정결하고 송죽이 무성하니 여이지절개로다. 이 애, 방자야. 책방으로 돌아가자!
도 창: (아니리) 도련님이 책방에 들어와 글을 읽는듸, 혼은 벌써 춘향으 집으로 먼저 건너가고 등신만 앉아서 글을 읽는 듸 노루글로 뛰엄뛰엄 읽는가 보더라.
이도령: (아니리) 맹자견양혜왕 허신대 왕왈 수불원천이래허시니 역장유이리오국호잇가? 이 글도 못 읽것다. 대학을 내여라. 대학지도는 재명명덕하여 재신민하며 재지어지선이라. 남창은 고군이요 홍도는 신부로다. 홍도 어이 신부 되리, 우리 춘향이 신부되지, 태고라 천황씨는 이쑥덕으로 왕 햇겄다
도 창: (아니리) 방자 옆에 섰다가
방 자: (아니리) 아 여보시오 도련님, 태고라 천황씨가 이목덕으로 왕 했다는 말은 들었으나 쑥떡으로 왕 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요.
이도령: (아니리) 네 이놈, 니가 모르는 말이다. 태고라 천황씨때에는 이가 단단하야 목떡을 자셨거니와 지금 선비들은 이가 단단치를 못허니 어찌 목떡을 자시겠느냐? 공자님이 후세를 생각하시고 물씬물씬한 쑥떡으로 교열하시고 저 명륜당에 현몽하였느니라
방 자: (아니리) 도련님 말씀은 하늘님이 깜짝 놀랠 것이요!
이도령: (아니리) 네 이놈 잔말 말고 천자나 들여 오너라
방 자: (아니리) 아니, 도련님 뜻 밖에 천자는 갑작스럽게 웬일이시오?
이도령: (아니리) 니가 모르는 말이다. 천자라는 것은 칠서의 본문이라, 뜻을 새겨 놓고 보며는 별 희한한 맛이 거기 그 속에 다 들어 있느니라. 내 이를 테니 한번 들어 보아라
도 창: (아니리)도련님이 천자를 들여 놓고 천자 뒤풀이를 한번 해 보시는듸.
이도령: (중중몰이) 자시에 생천하니. 불언행사시 유유피창의 하늘 천, 축시에 생지허여 오행을 맡었으니 양생만을 따 지, 유현미묘 흑정색 북방 현무 가물현, 궁상각치우 동서남북 중암토색의 누루 황, 천지사방 몇 만리 하루광활 집우, 연대 국조 흥망성솨 왕고래금 집 주, 우치홍수 기자추연 홍범구주넓을 홍, 전원이 장무호불귀라. 삼경이 취황 거칠 황, 요순천지 장할시구 취지여일 날 일 억조창생 격양가 강구연월 달 월, 오거시서 백가어는 적안영상 찰 영, 이해가 이리더디 올고 일조지체의 기울 측, 이십팔수 하도낙서 진우천강 별 진, 가련금야숙창가라 원앙금침 잘 숙, 절대가인 좋은 풍류 나열춘추 벌일 열의 의의월색 삼경야의 탐탐정회 베풀 장, 부귀공명 꿈밖이라 포의한사 찰 한, 인생이 유수같어 세월이 절로 올 래, 남방천리 불모지라. 춘거하래 더울 서, 공부자의 착한 도덕 이왕지사 갈 왕, 상성이 추서방지의 초목황락 가을 추, 백발이 장차 오거드면 소년 풍도 거둘 수,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강산의 겨울 동, 오매불망 우리 사랑 규중심처 감출 장, 오늘 해 그리 기니 윤시든가 부를 윤, 저러한 고운 태도 일생 보아도 남을 여, 이 몸이 훨훨 날아 천사만사 이룰 성, 이리 저리 노닐다 부지 세월 해 세, 조강지처는 박대 말어라 대전통편의 법중율, 춘향 입이 내 입하고 한 데 대고 붙었으면 법중 려자 되것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