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여줘

심규선 (Lucia)
아침이면
더는 곁에 없는 너
빈 자리에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소용 없는 거 알아
네가 왜 나를 떠나가도록
내버려 내버려 뒀는지 후회해
내 지난 잘못 따윈
전부 잊고 내 손 잡아
뜨겁게 아프도록 내 손 잡아줘
이 긴긴 밤을 혼자
지새우게 하지 말아
네가 떠나고 얼어붙어 버린 날
녹여줘
멈춰버린 시간은
너의 온기
만이 되돌릴 수 있는데
나를 녹여줘
미워해도 소용 없는 거 알지만
내가 왜 너를 사랑하도록
내버려 내버려 뒀는지 후회해
너밖에 없는 바보 같은 날
버리지 말아
미안해 한 마디 할 기회라도 줘
다 지난 일로 아파
가슴 치게 하지 말아
네가 떠나고 얼어붙어 버린 날
녹여줘
멈춰버린 시간은
너의 온기
만이 되돌릴 수 있는데 나를
녹여줘
얼어붙은 이 곳에
너의 온기
만이 의미가 되는 걸
이젠 더 버틸 수 없어
칼끝처럼 새겨진 네 이름 못 지워
서글프게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여줘
멈춰버린 시간은
너의 온기
만이 되돌릴 수 있는데
나를 녹여줘
녹여줘
얼어붙은 이 곳에
녹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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