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숟가락

팻두 (FatDoo)
난 중학교 2학년짜리
딸을 가진 아버지다
가정교육에 딱히 문제는 없다고 본다
반듯하게 키웠고 손을 댄 적도 없다
너무 착하고 대화도 잘 안 해서
걱정되긴 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지
우리 딸아이의 학교에서
구내식당에서 먹던
깍두길 떨어뜨렸어
아이가 학교폭력에
연루됐다며 학교로 오라며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 현실이 돼
멘탈이 나갔지 그랬단 건
내 딸은 울고 있겠지
내 딸을 괴롭힌 새끼를 만나면
주먹으로 마구 패겠지
며칠 전 꿈을 꾼 적이 있어
배경은 학교 교실
친구들한테 처맞는 딸
이젠 꿈이 아닌 현실
이놈들아 대체
어떤 가정교육을 받았길래
친구를 때리는 걸로
집단을 이뤄 위안을 받으려 해
지금은 즐겁지 세상은 공평해
다음엔 네 차례
뒤통수 때릴 적을
만드는 기분이 어때
들고 있던 숟가락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 내겐 이 숟가락이
마치 토르의 망치였다
매일 내가 숨 쉬는 이유는
너 때문이다
보여주마 아빠가 간다 택시를 탄다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빗방울에 섞여
잘 보이지 않아 보이질 않아
꿈이라고 말해줘 아니라고 말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
학교에 도착하니
경찰차들이 깔려 있었지
마흔여덟에 100킬로인
내가 다람쥐처럼 뛰었지
정문을 지나 가로질러 골대를 지났지
신발이 벗겨져도
우사인 볼트처럼 달렸지
주머니엔 밥풀이 묻은
숟가락이 앞뒤로
흔들렸지 이걸로
가해자 아빠를 쳐 때리러
그만하라고 살려달라고
외쳐도 계속 때릴 거야
너도 한 자식의 부모잖아
이 분노를 알잖아
아 아버님 오셨어요 잠시만요
지금 경찰들이
아이들하고 얘기 중이라서
귀를 기울였어 폭력
다섯이서 하나를 팼어
그래서 옥상에서 뛰어내렸
서 서 서 성아야
성아 아버님
성아야
아빠
아버님 아버님 딸이
가해자예요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빗방울에 섞여
잘 보이지 않아 보이질 않아
꿈이라고 말해줘 아니라고 말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
상상한 적 없어
우리 착한 딸이 그럴리 없어
되뇌이고 되뇌이고 되뇌여도
우리 딸이 가해자로 서있어
피해자의 아버지가 내게 다가온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숟가락 난 쳐 맞는다
네가 얘 애비냐
아버님 조금만 참으세요
죄송합니다
애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이 나쁜 새끼야
아버님
말도 안 돼 나쁜 친구들과
가끔 어울리다
실수로 그랬던 거야
내 딸이 그럴리 없어 믿는다
한 아이를 때리고 담뱃불로 지지고
주먹으로 때리고
그리고 폰으로 촬영하고
말도 안 돼 나쁜 친구들과
가끔 어울리다
실수로 그랬던 거야
내 딸이 그럴리 없어 믿는다
내 딸이 리더였대 뺏은 돈만 200이래
내 딸이 그럴리 없어
내 딸이 그럴리 없어
난 중학교 2학년짜리
딸을 가진 아버지다
가정교육에 딱히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반듯하게 키웠고 손을 댄 적도 없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아이는 범죄자였다
우린 이걸 인정해야 된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이지만
인정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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