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리아

심규선
그대의 낱말들은
술처럼 달기에
나는 주저 없이
모두 받아 마셔요
내가 하는 말을
나조차 못 믿을 때도
너는 나를 다 믿었죠

어떤 때에 가장 기쁨을 느끼고
어떤 때에 가장 무력한 지
나 자신도 알지 못 했던 부분과
나의 모든 것에 관여되고 있어

나는 녹지 않는 얼음으로
당신을 조각해서
두 팔로 그러안고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내 미련함을 탓해도 돼요
가슴이 시려와도
나는 기쁠 거예요

이제 그만 악마가
나를 포기하게 하시고
떠났다가 다시 오라
내게 머물지 말고

부유한 노예 녹지 않는 얼음
타지 않는 불 날이 없는 칼
화려한 외면 피 흘리는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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