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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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아마 중학교 1학년
학원 갔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지
그런데 엄마 혼자 식탁에 앉아
고개 숙인 체 흐느끼며
울고서 있었지
난생처음 우는 모습을 본거였어
약간 다그치듯이 무슨 일이냐며
나는 재촉했고
성당을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할머니에게 들통나 버렸던 거야
쉬쉬했던 일이 시어미
뒤통수친 꼴이 됐지
허락 받지 못한 종교에 대한
골은 깊었지
할머니 울고불고 한 채로
연락은 두절
넋이 나가버린 엄마
난 수화길 들고 우선
고모에게 전화를 걸었지
거실을 빙빙 돌았지
여보세요 목소리 듣자마자
할머니 어디 계시냐 부터 물었지
근데 고모 대뜸 말하길
이 씨발년 어딨어
엄마를 향한 욕설이 계속해
이어졌고 난
전화길 집어 던져 버렸지 엄만 놀라
무슨 일이 나며 반대로 이젠
나에게 재촉했지
시뻘개진 얼굴과
벌벌 떨리는 손으로
방문을 잠가 버렸고
내 입도 닫아 버렸지
어릴 적 난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좋아했지
고모만 넷에 장남인 아버진
효자야 효자 그래서
엄만 혼자야 혼자
시집살이로부터 자길
감싸 줄 수 없단 걸 안거지
엄마 참 외로웠겠다
근데 종교 마저
그 기분이 참 어땠을까
내 가정을 꾸리고 난 지금에서야
모든 것들이 보이고 다 이해가 가
그때 내가 입을 닫았던 건
어렸지만 그냥 엄만 절대
그 사실을 알면 안될 거 같았거든
22년이 지나서야 입을 열게 되네
이제는 엄마도 다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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