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갈 곳은 저기 보이는 언덕
저기 솔가지 사이 작은 빈터
저기 불나방 놀던 골목
외등 꺼진 어둡고 무섭던
집과 집 틈사이 긴 여행이었지
길을 잃을만큼 어지러웠던 시절
바람에 날리는 하얀 손수건
아침마다 풀잎의 눈물
내가 보아온 것은 모두 사라져 가고
내가 간직한 것도 모두 사라지겠지
약국옆에서 우엉 팔던 노파는
벌써 며칠째 보이지 않는데
아주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이제 없는듯 하네
내가 돌아갈 곳은 바람 잠자는 동산
맑은 이슬 맺힌 꽃들 풀들
미쳐 다하지 못한 아름다운 꿈이
소리내어 울던 길과 길들 사이
먼 방황이었지
지쳐 쓰러질만큼 힘들어 하던 날들
나뭇잎 스치는 바람이 불면
까닭없이 흐르던 눈물